[스크랩] 고려대학교 박물관 답사....
일요일 일정이 갑자기 취소되는 바람에
몸도 찌뿌둥하고 해서 산으로 갈까 생각 중...
혼자서 오르기에는 좀 청승 맞고
딱히
아침 일찍이 불러낼만한 사람도 없고 해서...
가까이에 계신 친 누님께 등산을 요청했더니
몸이 좋지 않다고 가까운 개운산으로 산책하자십니다...
집 뒤에 좋은 산이 있지만 별로 애용하지
않아서
오르는 입구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었는데
오늘은 누님과 매형 덕분에 천천히 담소하면서
숲속의 싱그러운 풀냄새와 새소리를
들어가며
뜨거운 오후의 햇빛을 뚫고 올랐습니다.
개운산은 야트막한 산인데도 제법 계곡이 깊고
등산로도 상당히 여러곳으로 나있어 지루함이 없이 오를 수가 있으며
정상에 넓은 운동장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아침,저녁으로 주민들이 붐빈다고 합니다.
이날도 성북구육상연맹에서 체육행사를 하고 있어서 정상에서는
축제분위기가 연출되고 있었습니다.
내려오면서 몇년 전부터 한번 방문해보고 싶었던
고려대학교 대학박물관을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휴일의 대학교는 조용할줄
알았는데
학생들이 상당히 많이 와서 교정은 복잡한듯 보였습니다.
박물관을 찾았더니 얼마전 삼성에서 지어서
기증했다던
100주년기념관 안에 박물관이 있었습니다.
고려대학교 박물관에는 관심있는 분들은 익히 알고
있는
우리나라 국보급 문화재로 동궐도와 분청사기태호가 있어
꼭 가보고 싶은 곳이었습니다.
특히 다산 정약용이 딸에게 보냈다는
매화병제도가 있어
어떤 곳인지 들르고 싶었는데 오늘에야 실행에 옮기게 되었습니다.
박물관과 함께 있는 기획전시실에서는 '상상의
힘'이라는
특별전시회를 개최하고 있었는데 그림에 대해 잘 모르지만
파격적인 그림과 전시품들이 상당히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아마도 '상상의 힘' 그 이상으로 메세지를 전해주는 것 같았지만
표현의 한계를 지닌체 그냥 지나치다시피하여
2층
역사전시실로 향했습니다.
2층에 이르니 초입부터 보물 853호인 김정호의
수선전도가
설명과 함께 딱 버티고 있었습니다. 수선전도는 목판으로
되어있는데 내용을 설명하지 않으면 알 수 없었는데
전시물
뒷편에 가니 확대하여 인쇄한 사진을 붙여놓고
당시의 한양 지리를 자세하게 적어 놓았더군요...
박물관에 가다보면 그 넓이가 너무 넓어 동선을
찾기가
쉽지 않은데 이곳은 관람객이 동선을 따라 쉽게 찾아가도록
배치를 아주 잘 해놓았더군요.
하늘,땅,사람이라는 테마의
방에서는 동궐도가 정면에
크게 배치되어 관람객의 환성을 자아내게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동궐도가 천,지,인으로 만들어진 것에서 연유한
듯한
하늘,땅,사람이라는 테마는 이곳에 지도와 앙부일구 등
시계류와 천문도 등을 비치하고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혼천시계(국보230호)와 대동여지도 등
내가 궁금한 문화재들이 한곳에 모두 모여 있어
내 발길을 잡아 끄는 바람에 그곳을 떠날
수가 없었습니다.
일행들 때문에 벗어나긴 했지만 관람을 다 마친 후에
뭔가 놓고 온 것이 있는듯 해서 다시 찾아가 이것저것
하나하나 다시금
확인하며 보고 왔습니다.
일상생활방에서는 복식과 생활용품들을 잘
정리해서
공부할 수 있도록 되어있었지만 설명이 곁들여지지 않아
문외한들에게는 그져 스쳐지나며 눈으로 감상할 수 밖에
없도록
되어있었습니다.
관심이 있어 아는 것은 나름대로 판단하며 감상하지만
모르는 분야는 설명이 없다보니 정말 난감했습니다.
같이간
일행들에게도
"그냥 눈으로 감상하시지요..."하고 말았습니다..ㅎㅎㅎ
근대방에는 유길준과 민영환 유물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서유견문록과 민영환 선생의 유서가 인상에 남았습니다.
특히 민영환이
돌아가신지 5개월 후 그의 피 묻은 옷을
걸어두었던 방에서 대나무가 자라 올랐다는데
이 '혈죽'이 함에 놓여 있어서 흥미로웠습니다.
고려대학교 박물관은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평소에 보고 싶었던 진귀한 것들이 많이 있어서
내 발걸음을 자꾸만 그쪽으로 재촉하고
있었습니다.
도자기 방에 가니 한가운데에 분청사기인화문태호가
놓여있는데 그 색감이나 모양이나 훌륭한 것이란 느낌이
한 눈에 알 수 있을 것 같더라구요.
태항아리의 내호에는 아직도 둘레에
금줄같은 것이
둘러져 있던데 일종의 부정타지 말라는 표식같은 것일텐데
그 이름은 모르겠더군요..
도자기방에 여러종류의 청자,백자,분청사기 등이
있었는데
하나같이 명품들이었습니다.
청자상감주전자(정식이름은 청자상감모란절지문과형주자)와
백자향로는 참으로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고미술전시실에 오니 정선의 금강산도가 맨 앞에서
반기더군요.
김홍도의 생황을 부는 신선의 모습을 담은 그림(송하선인취생도)은
많이 본 그림이라 한참을 서성이며
감상했습니다.
그리고 정약용의 매화병제도라는 액자를 봤는데
양수리의 다산기념관이나 강진의 다산기념관 같은데서 볼 때는
상당히
큰 그림으로 알았었는데 의외로 작은 그림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모조품인줄 알았는데 그게 진품이더군요...
석가탑이나 다보탑을 그림으로
볼 때 엄청 큰 탑인줄 알았다가
막상 보고나서 다소 실망을 했던 기억이 있는 분들...
이 그림이 꼭
그러했습니다...ㅎㅎㅎ
유배지에서 부인이 보내온 치마에 매화와 새 두마리 그림을 그리고
시를 써서 딸에게 준 그 마음을 헤아려
보았습니다.
그때 아들들에게 같이 써주었다는 서첩은 얼마전에 진품명품에서
발견되었다고 소개가 되더군요...
다른 그림들도 많았는데 그림에 대한 것은 다른 분들이 다녀와서
올려주시리라 믿고 저는 이만 줄이렵니다.
삼성에서 고려대학교 100주년 기념으로 400여억을 들여 지어서
기증한 건물에 개관식을 하려다가 학생들에 밀려 봉변을 당했던
그
건물에 박물관이 있다는 사실은 무엇을 말할까요?
학교 곳곳에 교수감금에 가담한 학생 5명을 퇴교시킨것에 대해
플랭카드가 여러군데
걸려있던데 이는 또 무슨 일일까요?
도도히 흘러가는 역사 앞에서 하루살이들이 윙윙덴다고
그 흐름이 바꿔지는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하루살이들이 들고 일어나면
한번쯤은 손사래라도 치면서 귀찮아서라도 잠시 가던길 멈추고
뒤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현실적인 문제들에 얽힌 건물에서 역사박물관이 있다보니
새삼 역사의 흐름과 평가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보면서
우문을 던져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