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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바쁨을 기쁨으로...월정사 답사
터잡이야초
2011. 1. 7.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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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쁨을 기쁨으로...월정사 답사
<오대산 가는 길>
강원도 평창을 갈 때 마다 인근의 문화재를 가보고 싶었는데 매번 가는 곳은 월정사와 상원사를 찾게 된다. 우선은 그 인근에 다른 곳을 몰라서도 그렇고 월정사를 찾는 시각이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때다보니 다른 곳을 갈만한 여유가 없어서도 그렇다. <월정사 일주문>
월정사는 5~6년 전부터 주차장을 절 옆구리에 내다보니 그 좋은 전나무 숲을 못보고 오시는 분들이 많다. 주차장에서 내려 전나무 숲을 보려면 거꾸로 거슬러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가야하니 귀찮기도 하겠지만 시간에 쫒기는 사람들 입장에선 그냥 지나칠 수 밖에 없다. 몇 번에 걸쳐 시행착오를 경험한 나는 그래서 주차장까지 가기 전에 일주문 앞에 차를 세우고 모두 내려서 전나무 숲을 걸어가곤 한다. 물론 운전하시는 분 한 분은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하지만... <월정사 전나무 숲길>
일주문을 들어서니 상큼한 공기가 코끝을 스치고 쭉쭉 뻗은 전나무가 열병을 하듯 우리를 반긴다. 주말 오후에 찾아간 월정사 전나무 숲길은 방문객이 거의 없어 호젓하다 못해 긴장감이 감돌기까지 한다. 조금 전 내린 소나기로 인해 숲속에서 자욱하니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호젓한 산길을 더욱 은은한 풍경으로 만들어 내고 있다. <삭발기념탑>
<월정사 팔각구층석탑(국보48호>
언제부터인지 나는 월정사를 방문할 때면 사천왕문으로 가지 않고 용금루가 있는 아래 길로 접어들어 팔각구층석탑 (국보제48호)을 바라보고 적광전 용마루와 만월산 자락에 자생하는 소나무의 붉은 몸체가 빚어내는 천상의 풍광을 한없이 즐기곤 한다. 월정사의 다른 전각들은 솔직히 돈냄새가 많이나서 싫고 굳이 돌아보고픈 마음도 별로 안든다. 그러나 용금루 계단 서너개를 내려와 탑과 적광전과 능선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언제 찾아봐도 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고 복잡한 마음을 깨끗하게 비워준다. <문수동자상(국보221호)(복제품)>
상원사까지는 약 10km 정도인데 자동차로 올라가면 10여분 걸린다. 길도 포장도로는 아니지만 잘 닦여있어 예전의 상원사 가는 길을 생각했던 나를 많이 놀라게 만들었다. 상원사는 조선 세조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절로써 세조가 문수동자를 친견하고 만들었다는 문수동자상과 고양이의 도움으로 자객으로부터 목숨을 건져 만들었다는 고양이상, 목욕을 하면서 의복을 걸었다는 관대걸이 등이 그것이다. <상원사 동종..문틈으로 겨우 찍음>
상원사 동종 하나 만을 보러가기 위해서라도 상원사를 찾는 사람들이 많은데 종각을 거의 밀폐하다시피 하여 동종을 보기 위해서는 문틈새로 겨우겨우 봐야하는 고역을 감내해야 한다. 이렇게 꽉꽉 틀어막아 놓은 이유가 있을 법도 하겠지만 사람이라도 몰리는 주말에는 동종 보기를 포기해야 할 정도이니 차라리 유리로 창문을 해 달아 놓으면 밖에서 관람하기에도 편리하고 사진 한 장 찍기도 쉽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상원사 영산전...앞에 영산전탑이 보인다>
옆에 영산전이 있는데 그 모습이 참 편안해 보인다. 계단에서 바라보니 계단 주위에 담쟁이 넝쿨이 보이고 영산전 앞에 돌탑이 하나 보이는데 꼭 절간 입구에 관광객들이 쌓아놓은 돌무더기와 같게 보인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예사 돌이 아니고 5층탑으로 추정되는 영산전탑이라고 한다. 그러니 아는 만큼 밖에 볼 수 없다고 누누히 강조하는 거겠지...ㅎㅎㅎ <상원사 입구 안내비>
해가 뉘엿뉘엿 서산으로 넘어가는 시각이라 발길을 재촉하여 상원사를 다녀왔지만 언제나처럼 그 위에 있는 적멸보궁은 또 못보고 발길을 돌려야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비가 오락가락하여 조금은 불편도 했지만 월정사와 상원사를 찾을 때마다 한 번도 실망하지 않은 것은 내가 보고 싶은 것들이 언제나 그 자리를 지켜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상원사 가는 길은 너무도 호젓해서 맘에 맞는 사람들과 손을 꼭잡고 꼭 한 번 걸어보고 싶은 길이다. 이즈음의 이 길에는 주로 하얀 꽃들이 많이 보이고 새소리도 정겹다. 비가 내린 계곡에는 물소리도 청량하게 들려오니 누구나 이런 곳에 오면 마음이 저절로 열어지지 않을 수 없다. 바쁨을 조금만 벗어 놓으면 기쁨이 되어 찾아오지 않을까?
출처 : 불혹전후
글쓴이 : 소올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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