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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푸른 숲 맑은 물...원주답사(1)
터잡이야초
2011. 1. 7. 11:51
- 푸른 숲 맑은 물...원주답사
1년중 낮의 길이가 가장 길다는 夏至가 지나자마자
장마가 시작되며 서울지역에 억수로 비가 내렸습니다.
폐사지 답사에 처음으로 참여하기로 했는데
비가 내리면 어쩌나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다행이 일기예보상에 남부지방으로 장마전선이 물러갔다는
소식을 접하고 새벽같이 일어나 출발장소로 갔습니다.
서울을 벗어나 원주로 향하는 고속도로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밤나무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고 들판에는 망초꽃이 지천인데
산의 계곡에는 물안개가 피어올라 마치 동양화 화폭을 보는 듯이
자욱하니 평안한 느낌을 자아내고 있었습니다.
구룡사 입구 구룡다리
차창으로 산천을 감상하며 상념에 잠겨있는데 어느새 버스는
원주를 지나 구룡사에 다다라 계곡을 끼고 오르는데 치악산의
넘치는 힘을 과시하듯 계곡물이 포말을 일으키며 힘차게
흐르고 있었습니다.
치악산은 개인적으로 자주 찾은 산이었습니다.
1980년대 초에는 이곳에서 군생활을 하며 지겹도록 눈을 맞으며
근무한 기억이 새롭고 근자에도 혼자서 비로봉을 올랐던 곳입니다.
그런데 치악산을 가면서 구룡사를 자주 지나치지만 절간 안을
참배하거나 구경한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절 안에 특기할만한
문화유물이 없어 그렇기도 하지만 근자에는 너무나 돈을 많이 들여
치장하는 것 같아 더더욱 기피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구룡사 입구 숲길
사실 구룡사 입구의 숲길은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계곡의
물소리는 고요함 속에 파문을 긋듯이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게 하는
그런 마력이 있습니다. 그런데 구룡사를 바라보면 그런 마음이
변하게 될까봐 지레 겁을 먹고 그냥 지나쳐 곧바로 산정으로
향했었는데 이번엔 답사회와 함께 사천왕문을 들어서서 합장을 하고
사천왕의 힘으로 마귀를 쫓으며 속세의 번뇌를 벗고 오랜만에 보광루를
올라 들어갔습니다.
구룡사 사천왕문
몇년전에 대웅전이 원인 모를 화재로 전소 되었었는데 지금은
말끔히 새 단장을 하여 참배객들이 마음 놓고 치성을 드릴 수 있어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웅전 앞에 있는 보광루는 부석사의
안양루처럼 보루 밑을 통해서 들어가도록 되어있는데 올라가는 곳에
계단을 설치하여 보에 꼭 머리를 닿을듯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름하여
누하진입방식(樓下進入方式)이라고 합니다. 다소 답답해 보이는
이런 장치를 한 이유는 참배객들이 스스로를 낮추고 부처님께 고개를
숙이라는 의미입求?
구룡사 보광루
다른 곳과 조금 다른 한가지는 대웅전 앞에 있는 누각들은 대체로
앞이 확 트여 눈맛이 시원한 것이 특징인데 이곳 보광루는 앞쪽으로
벽을 설치하고 작은 창문만 몇개 내어 그런 눈맛은 없어 보였습니다.
구룡사 대웅전도 상당히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지만 보광루에 가려져
앞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을까 하고 곰곰히 생각해 봤는데 아마도 그 앞이 치악산 능선에
같혀 있어서 보광루의 벽을 튼다해도 시원스런 눈맛을 기대하기 힘들어
그런것 같기도 하고 여쭤보진 않았지만 전설 속에 등장하는 구룡에 얽힌 그 어떤 이유가 혹시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관음전 앞의 작은 석탑과 관음전 현판
뒤쪽 관음전에 올랐는데 작은 돌탑을 쌓아놓은 모양이
비로봉의 탑을 축소해 놓은듯 앙증 맞게 보였는데 앞쪽의
작은 석탑의 이끼낀 모습에서 유구한 세월의 흐름을 짐작하게
했습니다. 관음전의 현판은 문외한이 봐도 아주 잘 쓴 글씨로
보였습니다. 이런 현판을 만나면 왠지 기분이 즐거워지는 것은
저만의 생각일까요?
구룡사 천불전
아기자기하게 작은 건물들이 들어선 구룡사는 처음 생각 했던 것
만큼 그렇게 화려하게 치장하지는 않았더군요. 오히려 불이 난
후에 새로 지은 듯한 건물인 천불전은 단청도 하지 않은 모습이
시골 아낙네를 보는 듯 해서 더욱 친금감이 들었습니다. 거기에 계신
보살님 말씀이 곧 단청을 입힐 것이라 하더군요...
그냥 놔두면 안되는 건지...???
구룡사 삼층석탑
대웅전 앞에 커다란 3층석탑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어딘지 좀
어색해 보이는 탑이었습니다. 우선은 대웅전 앞 공간이 좁다보니 탑을
옆으로 배치하였는데 절간의 건물 배치와 언발란스인것 같았고
그 크기가 대웅전에 비해 너무 큰 것 같아 자못 위압적인 모습으로
비춰졌습니다. 탑의 형식은 석가탑을 따른 듯 한데 탑신의 비율도
균형잡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최근에 만든 석탑이다보니 이러쿵저러쿵
말하긴 좀 뭣하지만 대웅전 크기에 맞는 아담한 석탑이었다면 답사객의
마음을 좀 더 편하게 만들지 않았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 구룡사 계곡
치악산 계곡은 너무도 맑아 지나치면서 다리를 한 번 담가보고픈
그런 계곡입니다. 몇몇 일행분들께서 시원스럽게 물에 들어가셔서
함박 웃음을 짓고 동심으로 돌아간 듯 즐겁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어제 내린 비로 인해 계곡 곳곳에 뿌옇게 일어나는 물안개가
마치 내 마음의 털어내지 못한 상념을 보여주는 듯 아스라히
깊은 세계를 보여주고 잠시 나를 되돌아보게 만듭니다.
불확실성과 희망은 같은 선상에 있지만 어느 편에 서느냐는
우리의 선택일테지요. 가능하면 좋은 쪽에 배팅을 하는 것이 훨씬
유리해 보입니다. 희망의 메시지를 안고 구룡사를 떠났습니다.
<계속>
출처 : 불혹전후
글쓴이 : 소올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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