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이야기/예전에 쓴글

[스크랩] 고향 생각...소올산이 어디있나?......

터잡이야초 2011. 1. 7. 10:37
이번 주말엔 고향을 가게된다.
막내동생이 그곳에 있어 형제들끼리 찾아가는 거지만
내가 나이들고 난 이후 겨울에 고향 가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내 고향에는 덕산님 고향 만큼 큰 산은 없지만
야트막한 산이 하나있다...
이름하여 솟구재....

내가 어릴때 고향에서 가장 즐겨찾던 곳이다.
사실 이름으로 따지자면 산이 아니라 고개인데
이 자그마한 야산이 왜 솟구재라는 고개로 불렸을까....?

내 고향은 서해안 바닷가와 약 1키로미터 정도로 근접해 있는데
그러다보니 농사일 말고도 바닷일이 주생업이 되곤 했다.
바닷일이라야 갯벌에서 바지락을 캐거나 조개를 줍는게
거의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사리때라도 되면 제법 큰 물고기도 잡을 수 있어
그런대로 바다와는 뗄래야 뗄 수 없는 환경이었다.

솟구재는 이 바다와 연관이 깊다.
인근 마을 주민들이 바다를 향해 갈때는
우마차가 갈수 있는 넓은 행길(한길)을 지나 들길로 가든지
처음부터 산길로 가든지 해야했다.
들길로 가는 길은 돌아가야되므로 시간도 더 걸리고 불편함이 있었지만
산길은 지름길이고 한낮의 더위를 식히면서 갈 수 있어
사람들이 많이 애용하는 길이었다.
그때 지어진 이름이 바로 솟구재일 것이다.
지금은 넓은 길이 뚤려 거의 애용하지는 않지만
우리 고향 마을 사람들은 가끔 이 고개를 넘어 바다로 다니곤 한다.

솟구재는 언덕이 솟았다는 뜻인데
낮으막 하면서도 인근에서 제일 높이 솟은데에 따른
자연스런 이름이다.
내가 어릴적에는 제법 우거진 숲을 형성했었는데
근자에는 개간이라는 근대화의 물결로
그나마 반쪽은 과수원으로 변해버리고
나머지 반만이 겨우 산으로서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솟구재에는 우리산이 있다.
어릴적엔 땔감으로 거의가 나무를 사용했었는데
자기 산이 없는 사람들은 남의 나뭇같(산)에서 몰래 나무를 잘라가곤 했다.
그래서 어릴적부터 동네에서 누가 나무해가나... 감시하기위해
학교갔다오면 어른들의 강압에 못이겨 나뭇같 지키러
솟구재에 하루에도 몇번씩 오르곤 했다.

솟구재의 멋은
이 작은 야산이 인근에서 가장 높이 솟아있어 사방이 확 트인 점이다.
동서남북으로 횡하니 뚤려 북으로는 변산반도가 한눈에 들어오고
남으로는 멀리 영광원전과 굴비의 고장 법성포가 손에 잡힐듯 들어온다.
또한 이곳에서 멀리 서해바다와 낙조를 감상하는 맛이란 정말 환상적이다......
선운사 낙조대가 일몰로 유명한데 바로 그곳에서 서해로 바라보는
일직선상에 놓인 곳이 바로 솟구재이다.
둥그렇고 이글거리는 빠알간 해가 손에 잡힐듯 내 앞에서 움직일때
내 몸은 이미 통째로 홍시물에 빠진듯 붉게 변해버리고
꿈꾸던 내마음을 들킨양 내 얼굴도 온통 달아오른다.
매일처럼 이곳에 올라 밥거리를 하고나서야 집으로 향하던 발걸음...
어릴땐 왜그리도 그 일이 싫었는지 지금도 이상하게 생각된다.
참으로 굴러온 복을 차버릴 위기였으니....

옛 어른들은 이 산에 임금왕자가 새겨져 있다고들 했었다.
산의 형세가 임금왕자(王)처럼 보이고 가운데 우뚝 솟아있는 형세가
큰 인물이 나올 곳이라고도 했었다.
그런데 이곳은 참 묘한 인연이 있다.
그 옛날 박정희 시대에 향토예비군 창설이 있던 해에
이곳에서 향토예비군 시범이 실시되면서 그 말은 맞게 되었다.
박대통령이 우리 마을을 방문하고 솟구재 가장 높은 곳에 앉아 시범을 참관했으니
어른들의 지혜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다.

솟구재는 내 친구들과 우리들만이 간직한 추억의 산이다.
지금도 동네 친구들 모이면 솟구재 이야기에 시간가는줄 몰라하고
어릴때의 사건들의 대부분도 이곳에서 일어나곤 했다.
오죽하면 동네친구 모임이름이 솟구재회이겠는가...
봄이면 산전체가 진달래로 덮이고 진달래 꽃잎 따다 어른들께 드리면
화전을 붙이고 진달래 술을 담가 자연을 음미하던 곳....
여름이면 새집이나 각종 곤충들 잡는다고 위험한 절벽에서 곡예를 하던 일...
겨울이면 눈이 쌓인 이곳에서 토끼몰이를 하고 친구들과 꿩을 잡던 일.....
모든 것이 주마등으로 뇌리를 스치운다....

이번에 고향에는 엄청난 눈이 내렸다한다.
지금도 눈이 그대로 쌓여있다하니
겨울 감상으로는 그만인것 같다.
그 시절 친구들이라도 있으면 토끼몰이라도 한번 해보고 싶은데
이제는 다들 고향을 떠나 오히려 텅빈 농가처럼 을씨년 스럽다.
마음속으로 이렇듯 고향을 찾을때가 오히려 즐거운 일이 되었으니....

어느 분이 소올산이 어디에 있는 산이냐고 물었다.
또 그 뜻은 뭐냐고...
아무리 설명을 해도 잘 이해가 안되겠기에 그만 다음으로 미루었는데
이제 설명해도 될듯하군요...
소올산(小兀山)은 작으면서도 우뚝한 산입니다.
출처 : 불혹전후
글쓴이 : 소올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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