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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섬진강 나들이....마지막

터잡이야초 2011. 1. 7. 10:42
아~~~! 섬진강~~~!!
누가 말했던가..?
섬진강의 봄은 말로 하는 게 아니라고...
그저 눈으로 보고 느끼는 곳이라고.....

쌍계사를 나와 하동으로 뻗은 국도변에는 벚꽃이 그야말로 만개하였다.
어찌하여 이토록 지천인 구례와 하동의 봄이 서로 다르단 말인가?
강건너 전라도 땅엔 매화가 산 전체를 감싸고
벚꽃 사이로 보이는 매화 밭의 전경이 봄속에 만년설을 이고 있는 듯이
아주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고 있다.
차창을 열고 달리는데 벚꽃 터널이 끝없이 펼쳐지고
간간히 떨어지는 꽃잎을 꽃 비로 맞으며 지나노라니
별유천지가 따로 없는 듯 하다.

아쉬움속에 꽃 터널을 지나 섬진강 다리를 건너니 이곳이 전남 광양…
광양의 매화 밭 청매실농원……
입구에 들어서는데 긴 차량행열이 발길을 재촉했지만 입구부터 피어있는
매화 향기를 맡으면서 피곤이라는 말이나 짜증이라는 말은 이미 어디론가 자취를 감춘 뒤였다.
매화밭 사이로 타고 오르니 제일 먼저 수많은 장독대가 눈을 사로 잡는다.


어릴 적 뒤 안에서 보아온 정감어린 장독대…
그곳에 어머님의 손길이 닿아 음식이 만들어지던 풍요의 상징이 아니었던가?
돌팔매질하다 남의 집 장독을 깨서 크게 혼이 난 뒤로는
남의 집 장독만 보면 놀라 도망다니던 어린 시절의 불현듯 떠오르며
의식적으로 장독을 보지 않으려고 하는 내 모습이 우스워 진다.


광양 매화마을

한 모퉁이를 돌아 언덕에 이르니 아까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세계가
눈을 황홀하게 만들고 매화의 진수를 펼쳐주고 있다.
초록빛 초원 위에 하얀 눈을 뿌려 놓은 듯 그 아름다움에 취해 발길을 뗄 수가 없다.
매화 밭 사이사이로 푸른 보리를 심어놓아 백색과 청색의 조화로움이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을 정도다.
사군자를 말할 때 매화를 제일로 쳤지만 이렇듯 아름다움까지 간직하고 있는 줄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여기서는 고고함이나 긴 겨울을 이겨낸 강인함 보다는
무리 지어 피어 군중의 힘을 발휘하는 멋이라고 할까……?


눈을 돌려 강 건너 하동 땅을 바라보니 섬진강의 하얀 모래밭과 푸른 잔물결이
또한 눈을 돌릴 수 없도록 만든다.
장대한 지리산이 이곳에서는 나지막이 꼬리를 접고 물빛에 반사되는 산마루가
흡사 풍악을 울리는 장고처럼 보이고 어디선가 농악소리라도 들려옴 직 하다.
이토록 아름다운 풍광을 인간이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한 사람의 노력이 수많은
속세의 인간들을 구제하고 있음을 재삼 느껴보고 있다.
섬진강의 물빛은 해질녘 보랏빛으로 빛난다 하였는데
그걸 끝까지 기다리며 볼 수 없음이 내내 안타까움으로 다가온다.

오는 길목에서도 섬진강 물빛을 조금이라도 더 보고자 광양 땅 섬진강 강가를 따라
바쁜 시간 속에 자동차 엑셀레이터에서 발을 떼고 팔자걸음으로 미음완보를 즐긴다.
그렇다고 해질녘 섬진강 물빛을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니 어찌하겠는가?
그저 눈 딱 감고 흐르는 물빛을 마음으로 느끼며 떠나올 수 밖에……

섬진강의 봄은 이들만 있는 게 아니다.
오다가다 만나는 노오란 개나리와 있는 듯 없는 듯 산속에 내색 않고 있는 진달래
그들까지 함께 어우러진 3월말의 섬진강의 봄은 그야말로 꽃 잔치가 아닐 수 없다.
무채색에 익숙해진 도시인의 눈으로 차마 그 아름다움을 발설할 수 없을 정도이다.
어느 날 마음이 무겁고 눈이 갑갑해 지거든 섬진강 따라 떠나 보시길….
차창으로 떨어지는 꽃비를 맞으며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하동의 19번 국도를 또다시 달리고 싶어진다.
출처 : 불혹전후
글쓴이 : 소올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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