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등산/지난여행이야기

[스크랩] 봄철 부석사...

터잡이야초 2011. 1. 7. 10:44

다시 찾은 부석사...

어제 내린 비로 인해 아침부터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내 마음을 알기라도 하는 듯 화창하게 개인 날이 산하의 초록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고 있다. 서울을 벗어나 중앙고속도로로 접어드니 치악산 줄기마다 연초록빛이 더욱 아름답고 산등성이 마다 어제 내린 비 먹은 습기를 몸에서 떨구는 듯 안개구름이 되어 산등성을 넘고 있다. 오늘의 목적지가 부석사이니 뜬돌이란 이름이 되는데 저 구름은 부운(뜬 구름)으로 어딘지 서로 접목이 될 듯도 싶어 살포시 웃음지어 본다.

지난 가을 부석사 입구 은행나무 터널이 샛노란 색깔을 머금고 있을 즈음 찾았던 기억을 되새김하며 이른 봄의 그곳은 어찌 변했을지 그게 자못 궁금해서 다시 찾은 곳이다.
사실 오늘 부석사는 사과꽃 향기가 은은하다고 하여 왔지만 사과꽃은 다른 꽃과 달리 늦게 피어 아직 꽃 몽우리로 겨우 존재를 알리고 있을 뿐 오히려 배꽃과 도화로 보이는 진한 분홍꽃들이 나를 반겨주고 있다.

부석사 현판과 부석 문자


오늘 여행은 딸아이와 처음으로 같이 가게 된 여행이다. 이십여 년이 넘었지만 단 둘만의 여행 기회는 없었는데 오늘은 집사람이 아들 녀석 시험기간이라 따라 나서지 않아 자연스레 이뤄진 여행이다. 예전 같았으면 둘만의 여행에 의미를 부여하고자 노력했겠지만 별반 무심한 척 자연스럽게 하루 보내고 돌아왔다.
자연스러움에서 자기 스스로 걸러지는 뭔가 하나라도 있으면 다행이겠고.......

입구에서부터 가지고 간 디지털카메라가 말썽을 부리더니 결국 한 장도 못 찍고 일반 카메라로 겨우 몇 컷을 찍었지만 도대체 맘에 차지 않는다. 입구의 은행나무는 새 잎을 뾰족이 내밀고 있었고 다른 나무들도 이제 겨우 새순을 품고 봄을 맞고 있다.
부석사는 다른 곳보다 봄이 늦게 찾아오는 듯싶다. 이미 져버린 벚꽃도 이곳에는 아직도 드문드문 보이니 말이다.
딸아이에게 절간의 기본지식을 심어주느라 천천히 오르다보니 첫 번째 석단을 만난다. 그곳에는 천왕문이 있는데 악귀를 몰아내는 사천왕문을 들어서면서 딸아이에게 설명을 하니 그저 너무 무섭게 생겼다고 별반 관심 없이 흘려버린다. 이렇듯 젊은 세대들은 그 의미를 새기기 보다는 현실적인 풍경이나 아름다움을 찾는 거라 생각되어 그 뒤부터는 절간이나 문화재의 지식보다는 주로 부석사의 풍경과 아름다움만을 설명하고 말았다.

지난 가을 부석사 안양루에서 바라본 소백산맥... 올 봄엔 날이 흐려 제대로 보지 못했다.

봄의 부석사...
어린 잎새들이 앞 다퉈 피어나는 시절이다 보니 그 은은한 연초록의 모습들이 어린 아가의 웃음을 보는 듯 너무도 귀엽다. 자고로 모든 물상들은 어린 시절의 모습에 사랑과 행복이 모두 갖춰졌다고 보고 있다. 식물도 갓 피어난 잎사귀가 아름답고 동물도 새끼가 귀여운 것을 보면 말이다.
부석사의 막 물오른 풍경들은 나 같이 회화에 문외한인 사람은 도저히 색감으로 그 느낌을 만들지 못하리라.......
지난 가을에 찾은 부석사는 주위의 사과밭에 사과가 주렁주렁 열려 있었고 절간의 나무들도 울긋불긋 그 자태를 뽐내고 있었으니 풍성함이 가득했다고 한다면 봄에 찾은 부석사는 군더더기 하나 없이 바짝 마른 단출한 모습이다.
가을의 부석사를 세상풍상을 다 겪은 아줌마의 풍성함이라면 봄철의 부석사는 다이어트로 늘씬하게 가다듬은 젊은 아가씨의 모습이라고나 할까......?
가을의 부석사가 아줌마의 의복처럼 녹의홍상으로 속살을 다 덮고 겨우 눈빛만 보여주었다면 봄철의 부석사는 아가씨의 늘씬한 몸매와 함께 가슴팍과 무릎 언저리까지 그 속살을 다 보여주는 듯 하다. 딸아이와 함께한 그곳에서 난 눈길을 어디에 둘지 몰라 겨우 부석사의 땅과 하늘만 쳐다보고 왔다고 한다면 믿을까......?ㅎㅎㅎㅎ

삼층석탑에서 내려다본 무량수전과 안양루

부석사의 당우들은 무량수전을 중심으로 모두 옆으로 세워져 마치 신하들이 임금님을 배알하듯 하다고 한다. 오히려 저 멀리 소백산맥의 능선조차도 모두 무량수전을 향해 조아리고 있는 듯 하다고도 한다. 가을에는 그 풍광에 사로잡혀 그 모습을 미처 깨닫지 못했지만 봄철에 다시 찾은 부석사는 당우들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어 그 느낌을 문외한조차도 금세 알 수 있다.
유홍준 선생은 부석사가 절집 중 제일 아름다운 곳이라고 단언하고 있는데 과연 이곳은 절집 그 자체도 아름다우려니와 그 눈 맛이 하도 깊어 난 단언컨대 언제든 찾아와도 시원한 눈 맛을 즐길 수 있는 곳이라고 여러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안양루에서 바라다 보이는 무량수전의 그 웅장한 느낌은 변함이 없었고 무량수전 배흘림기둥들은 이제 사람들이 하도 기대어 소백산맥을 바라보는 통에 반들반들 해진 체 천년의 세월을 굳건하게 이고 멀리 소백산맥 자락들을 품안에 안듯이 그렇게 넉넉하게 서 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무량수전의 극락세계를 맞고 보니 세상의 욕심이나 부러움이 일순에 지워진다.
조사당의 의상대사 지팡이 나무도 여전히 새순을 돋고 있었는데 하도 사람들이 돈이며 물건을 넣는 통에 아예 공간이 없을 정도로 촘촘히 만들어 놓은 보호망이 눈살을 찌뿌리게 하고 있다.

부석사 입구 분수공원

한 가지 지금 부석사는 스님들의 요사체 공사가 한창이고 무량수전 뒷편의 선묘각도 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아늑한 맛은 사라졌지만 곧 공사가 마무리 된다하니 그 때를 기다릴 수밖에.......
조사당의 벽화를 비롯하여 유물이 전시되어 있는 보장각도 문이 굳게 닫혀 있어 영주 시에서 나와 있는 담당자에 따지듯 여쭤보니 이것도 지금 보수 공사 중이란다. 내 생각에는 문을 열지 않아 궁여지책으로 둘러대는 변명으로 보이니 이 또한 사찰 측의 무성의 아니겠는가? 관광객이 많이 찾는 주말에도 이러하니 평일에는 어찌하겠나 싶어 안타까웠지만 나야 어쩌다 한번 찾는 여행객이지만 관리하는 입장에서는 어려움도 없지 않아 있겠지 하고 이해하고 말았다.

아리따운 멋을 지닌 봄철 부석사...
난 못 볼 것을 본 사람마냥 괜스레 가슴이 울렁거리고 기억에서 놓칠세라 느낌을 꼭꼭 여민 체 하나하나 새겨두고 누구에게 내 마음을 들킬세라 겨우 몸만 추스른 체 돌아서고 말았다.
다시 찾은 부석사에서 새로운 모습의 부석사를 보게 되어 더없이 즐겁고 흥분된 여행이 되었다고 자부한다.

출처 : 불혹전후
글쓴이 : 소올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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