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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멋진 이별을 위해...
    사는이야기/사는이야기 2012. 7. 13. 14:30
    멋진 이별을 위해..

    올해들어 내 주변에 있는 친구들 몇명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건강이 좋지 않아 투병을 하다 결국에는 병을 이기지 못하고 떠나갔습니다.
    그중에서 대학 동창인 친구가 어제 위암으로 투병하다 끝내 우리곁을
    떠났습니다.
     

    친구를 보내기 2주전에 친구가 나를 보고 싶다는 연락이 와서
    그의 집으로 찾아갔습니다. 물론 그 전에도 수시로 만나
    옛이야기를 하면서 건강을 걱정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말기암선고 후 3년 가까이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건강하게
    일도 열심히 하면서 투병생활을 해왔었는데
    몇달전부터 갑자기 병세가 악화돼 온 몸으로 전이된 상태로
    나를 보자고 한 것입니다.
     
     
    몇 달 못 본 사이에 그의 집은 아파트에서 작은 반지하방으로 옮겨져
    있었습니다. 그로 미루어 형편이 상당히 어려워진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의 작은 방에 들어서자 뼈만 남은 그의 모습이 유난히 눈망울만
    커다랗게 뜨고 나를 반겨 맞아주었습니다.
    왜이렇게 갑작스레 건강이 악화되었는지 그의 안사람에게서 듣고
    나랑 같이 동행한 친구와 함께 큰 한 숨을 쉴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내가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을 상대하고 장례일을 하고 있다보니
    단박에 그의 이 세상 남은 시간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한 달 이상을 버틸 수 없을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런데 그와 얘기를 나누면서 나는 해야할 말을 끝내 못했습니다.
    그는 생명의 끈을 끝내 놓지않고 강하게 살겠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그러면서 어떤 한의원에 갔는데 100% 치료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몇 천만원짜리 치료약을 사서 먹고 있으며
    수시로 그곳을 방문하여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웠습니다.
    지금은 세상을 정리하면서 못다한 일이 있다면 그 일을 하고
    가족들과 마지막 이별 절차를 생각하면서 주변을 정리하고
    뒷정리를 해야한다고 생각을 했는데 그가 죽음을 강하게 부정하면서
    나는 마무리, 정리 등의 말을 꺼내지도 못한체 꼭 낫게 되기만을 기원하면서
    그와 헤어져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같이 동행한 친구에게
    내 안타까운 맘을 전했지만 그 친구 또한 나더러 잘했다고 하더군요.
    마지막 불씨를 안고 있는 사람에게 냉정하게 찬바람을 불어서는
    안된다고 하면서...
     
     
    그로부터 약 2주가 지난 엊그제 친구는 결국 유명을 달리하고 말았습니다.
    그의 안사람의 말을 들어보니 약을 새로 받아놓고 몇개 먹지도 못하고
    갔다고 울먹이더군요.
    어제 화장장에서 그의 유골을 수습하여 절에 잘 모시고 돌아왔습니다.
     

     
    사람은 생명의 끈을 놓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잘 알고,
    무엇보다도 죽음을 두려워하고 살려고 마지막 힘까지 다하게 됩니다.
    조금만 가능성이 있거나 주위에서 좋은 치료법이 있다고 하면
    귀가 얇아져서 그 치료를 받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환자는 환자대로 힘든 투병생활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가족들은 만만찮은 치료비 때문에 고통의 시간을 보냅니다.
    내 친구도 그랬지만 암이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전이가 되었다면
    현대의학으로는 치유가 어렵다고 모든 의사들이 말을 합니다.
    그런데 환자나 가족들은 그 말을 믿지않고 또 다른 치료법을 찾아
    전국을 헤매게 됩니다. 산속에 들어가서 피톤치드 치료법을 받는다든지,
    먹는 음식으로 특이한 산약초을 이용해 획기적인 치료를 한다든지,
    기존 의학에서는 인정하지 않는 특이한 명약을 개발하여
    치료를 자신한다느니 하는 사람들을 찾아가 그의 남은 생과 그 가족이
    세상을 살아가야할 생활비까지 모두 소진하고서야 이승을 하직하게 됩니다.
     

    나는 너무도 안타까운 이 현실을 말하고자 합니다.
    왜 인간은 마지막까지 그 생명줄을 놓지 못하고 끝까지 가서야
    이승을 하직하는지 말입니다.
    정말로 생명이 시한부로 정해져 있다는 것을 느낀다면
    남은 생을 정말 의미있게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하고 말입니다.
    그 남은 여생을 자기 인생을 돌아보고 미흡했던 어떤 것이 있다면
    마무리를 할 시간으로 활용하고, 정리가 안된체 놔둔 일이 있다면
    그 일을 정리를 해서 본인이 떠난 뒤 혼란이 오지 않도록 해야하고,
    가까운 사람들과 애정을 확인하고 유언도 하고,
    추억여행을 떠나 남은 가족들에게 본인의 정을 듬뿍 남겨두는 것도
    좋은 일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 짧은 생의 마지막을 병원에서 들어누워 주사바늘과
    씨름하며 보낸다면 이건 너무 무의미한 시간이 아닐까요?
    친구를 보내면서 다른 많은 생각, 추억, 애증 등이 있지만
    내 마음 속에 가장 아픈 것은 마지막 한 두 달을 왜 병원을 오가며
    혹은 병실에서 들어누워 주사바늘과 씨름하며 보내야만 했는지
    그것이 안타깝습니다.
     

    몇 년 전에 암환자인 주인공이 가족들과 여행을 떠나며
    생의 마지막을 멋지게 보내고 있는 장면을 TV에서 방영하여
    화제가 된 다큐멘타리가 있었는데 나는 그런 방식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의 방식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도 이런 상황에 직면하면 내 가족들에게 신신당부를 할 것입니다.
    멋진 이별을 위해 내게 시간을 달라고...
     
     
    <사진: 천하장군문화유적답사회 카페에서 사진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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