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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염불 보다는 잿밥에 눈이 먼 여행...여행등산/지난여행이야기 2011. 1. 7. 11:29
며칠전에 일이 있어
남도를 찾은 적이 있다.
남도를 찾게 되는 날이
1년에 한두번 있을까 말까 하기에
출발전 부터 맘이 들떠 있었다.어디를 구경하고 무엇을 먹을까? ㅎㅎ
염불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잿밥에만
관심을 보였으니......일이 토요일 오후에 계획되어 있어서
날 잡기가 애매했다.
토요일 일을 마치고 밤을 보낸 후
일요일 보고 싶은 득량만과
장흥 일대를 보고 갈까....?이럴땐 아무래도 동반자가 필요할 성 싶어서
가까운 지인에게 연락을 취했다.
같이 가줄 수 있냐고....?
말이야 그럴듯하게 했지만 사실은
"일탈을 꿈꾸지 않을래....?" 가 정답이지...그 친구 왈...
일요일에는 주일학교 교사를 해야하므로
금요일날 갔다가 토요일에 올라오잖다...
그래서 일정은 그렇게 결정되었다.득량만 방조제(펌)
항상 가보고 싶었던 득량만......
우리나라에서 매생이가 가장 맛있는 곳이고
잔잔한 남해바다의 운치가 더없이 좋다는 곳...
그래서 이왕이면 해넘이를 보고자
좀 서둘러 출발을 했다.목적지는 고흥 녹동항구로 했지만
가는 길목에서 득량만을 구경할 수 있다기에
부푼 마음을 안고 남도를 향했다.
가도가도 끝이 없다던 소록도 가는 길...
나중에 안 일이지만 고흥 녹동가는 길이
한하운 시인이 말했던 그곳일 줄이야...고흥읍내를 막 진입하는데
멀리서 빨간 태양이 막 숨을 고르고 있다.
일행들은 탄성을 질렀지만
좀 더 전망 좋은 곳을 찾아
해넘이를 즐기자고 하고서 아무리 찾아도
바다가 보이는 곳이 나타나지 않는다.그 사이에 태양은 소리도 없이
바닷물 아래로 잠기어 가고......
그래서 해돋이, 해넘이는 특별한 사람에게만
보여지는 특별한 이벤트가 아닌가 싶어진다.키조개(펌)
녹동항에 도착하니 일행의 친구가
반갑게 마중을 해준다.
친구는 세월을 뛰어넘어 항상 그 존재가 빛난다.
자기의 초등학교 친구를 위하는 마음이
어찌나 깊은지 옆에서 바라보는 우리들의
마음까지도 훈훈함을 느꼈다.
참으로 좋은 친구를 둔 일행에게
부러움과 고마음을 다시한번 전한다.어선으로 직접 키조개를 채취하는
그 친구분 덕분에 정말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연산 조개-새조개, 키조개, 전복회-를
원없이 먹어보았다.
덧붙여 각종 자연산 활어와 지리탕은
혀를 더없이 간살스럽게 만들었고
커다란 농어구이는 대미를 아주 멋있게
장식해 주었다.새조개(펌)
술 얘기는 안할려고 했지만
그곳에서 먹은 소백산맥주-아는 사람은 다 알죠?-는
천하를 주름잡던 영웅호걸이 부럽지 않고
달빛 아래 호수에서 달을 헤며
먹었다는 이태백이 부럽지 않은
분위기와 음식의 완벽한 조화였다.차가운 바닷바람을 몸으로 맞으며
오랜만에 밤하늘을 우러르니
점점히 박힌 별들이 참으로 보기 좋다.
하늘 한가운데를 지키고 있는
오리온좌를 바라보노라니 유년기적 생각이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게 하고 있었다.소록도 가는 배(펌)
녹동항구에서 정말 한발치에
섬아닌 섬 소록도가 있었다.
소록도가 멀리있는 섬인줄 안 나는
이토록 가까이 있을줄은 꿈에도 몰랐었다.
한센병으로 고통 받은 이들과
얼마전에는 대통령후보 아들이
군에 안간 죄를 씻기 위해 자원봉사를
했다는 소록도...
어렸을 때 읽은 한하운 시인의 시와
보리밭에 숨어서 어린이 간을 빼먹는다는
문둥병 이야기가 멀리서 뇌리를 때린다.녹동항에서 10분마다 배가 뜨고
불과 5분만에 소록도에 닿는다는데
이마져도 금년말쯤에는 연육교가 완공되어
그 운치도 사라질 전망이다.
비릿한 내음을 맡으며 소록도를 하염없이
바라보다 바닷바람의 추위를 못이기고
서둘러 자리를 뜰 수 밖에 없었다.요즘에는 잠자리를 위해
여관을 찾을 일이 별로 없다.
이번에도 부근의 찜질방에서 밤을 세워
대화를 하고 적당히 몸을 맡겼다.
코골이로 내 옆에는 아무도 근접을 못한 체
난 편안했는데 다른 사람들은
몹시 힘들었다는 후문이다...ㅎㅎㅎ임무를 망각한 체 밤새 먹거리를 찾다
아침에 제정신을 차리고 보니
오늘 하루 일이 걱정되기 시작한다.
시계를 보니 10시를 막 넘어선다.
업무 볼 시간 까지는 약 3시간의 여유가 있어
아침을 드는둥 마는둥 하면서
부리나케 방향을 승주로 틀었다.남도에 왔으면 먹거리에 심취해보고
또한 문화유산을 하나 정도는 답사를 해야
지적 내공이 쌓였다고 말할 수 있으렸다...ㅎㅎ
우리 일행도 없는 짬을 내어 이름도 유명한
승주 선암사를 향했다....가는 길목에 낙안읍성이 떡하니 버티고 있었지만
언덕배기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한눈팔이로
낙안읍성 눈요기를 해버리고 곧장 선암사로
달음질쳤다.선암사 부도밭(2003년사진)
선암사 가는 길은 3월하순이면 온 산야가
매화와 진달래로 눈길을 고정할 수 없을 정도인데
지금은 아직 꽃시절은 일러 나목사이로
군데군데 사철 푸른 소나무가 운치있게
버티고 있다.선암사 입구로부터 승선교 앞 부도밭까지
10여분을 일행들과 담소하며 천천히 걷다보니
신선(仙)들의 바위(巖) 절(寺)이라더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을 정도이다.선암사 승선교(보물400호)
원래 선암사는 가장 한국적인 절간이라고
지금 문화재청장이 된 유홍준 교수가 말했는데
절간이 옹기종기 모여 있으면서도
여유로움을 잃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사람들의 관심 밖에 있다보니 역설적으로
돈 물이 적게 들어 절간이 잘 보존 되었다는 것이다.선암사에서 제1경으로 치는 곳은
승선교(보물 400호)와 강선루를 들 수 있는데
지난번에 방문했을 때는 승선교를 수리 중이어서
제대로 그 절경을 구경 못했는데
이번에는 아주 말끔하게 단장해서 승선교의
단아하고 깔끔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선암사 강선루(2003년사진)
사실 승선교의 진짜 참맛은
승선교 아래로 내려가서 승선교 다리 사이로
강선루 누각을 바라보는 것인데
이번에는 시간도 없고 조금은 거추장스러워
그 절경을 못본 것이 못내 아쉽다.신선들이 승천하다 다시 내려오는
승선교와 강선루......
이름만으로도 그 의미를 충분히 알 것 같다.
강선루를 지나 여기 어디엔가 신선이 있을거란
생각으로 두리번 거리며 찾아봤지만
그림자도 안보인다....옷이라도 있으면
훔쳐가려고 했더니만....ㅎㅎ성보관 폭포(2003년사진)
조금 오르니 작은 연못이 보인다.
삼인당이라고 하는데 의미는 너무 어렵고
아무튼 알처럼 생긴 연못이다.
약간 가파른 입구를 오르다보면 눈앞에
왠 절벽이 나타나고 그 위로 건물이 보이는데
이 건물이 성보박물관이다.
예전엔 성보박물관으로부터 낙숫물이 떨어지며
작은 폭포를 이루었었는데
이번에는 얼음이 아직 녹지 않아서인지
물줄기가 말라 그 운치를 느낄 수 없었다.선암사 일주문(2003년사진)
가파른 오르막길을 우측으로 돌다보면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고목이 된
나무 밑둥이 덩그마니 놓여있고
그 안쪽에 부처님상을 놓아두어
지나는 객들이 연신 카메라를 눌러댄다.일주문을 넘다보면 운동을 안한 나같은 사람들은
숨을 크게 한번 들이쉬고 오던 길을
세속의 번뇌를 씻듯 되돌아보곤 한다.
그 틈에 가쁜 숨을 다른 사람 모르게 고르기도 하고...ㅎㅎ성보박물관은 굳게 잠겨있고
옆으로 돌다보니 보살님들이 열심히 장독을 손질한다.
일행중의 한분이 뭐하시냐고 여쭈니
지금 장 담그는 중이시란다.
간장을 이 맘 때 담그는줄 새삼 알았다.선암사 뒷간(2003년사진)
그 유명한 선암사 뒷간을 향해 가니
마침 아무도 없어 맘 놓고 장정 4명이서
꼴마리 끌르고 그 깊디 깊은 도솔천 같은
뒷간에 소피를 힘껏 보았다.
사실 그 깊이가 어찌나 깊던지
다리가 후들거리는걸 간신히 진정하고
마무리도 제대로 못한 체 서둘러 뒤로
물러서서 나왔다.
이건 뒷간이 아니라 월하의 공동묘지 같은
그런 느낌이 드는건 나만의 생각일까...?시원하고 달콤한 감로수 한 모금을 입에 축이고
동전을 꺼내 연신 연못에 던지며
들어갔느니 안들어갔느니 왁자지껄하며
무얼그리 소원을 비는 건지......
그날 모두 운수대통으로 모두 동전함에
잘도 던져 넣더이다....선암사 홍매화 터널(2003년 매화가 질려고 할 때 찍은 것)
천천히 대웅전을 돌아 매화터널로 유명한
산길로 접어들었으나 아직 때가 일러
꽃송이는 전혀 보이질 않는다.
이곳을 3월하순에 찾으면 홍매화가 터널을 이뤄
참으로 장관을 이루는 곳인데......
이번 여행에서 새삼 깨달은 것은
선암사가 태고종의 총본산이며 이곳에
종정님이 계시다는 사실이다.
원래부터 본산이었는지는 확인해보지 못했다.승선교 앞에서 친구와....
일행들과 서둘러 시계를 들여다보며
오던 길... 그 황토길을 걸어 상록수가
적당히 잘 배합된 선암사 오르는 길을 내려와
다시금 승선교를 바라보니
이 아름다운 다리를 또 언제나 볼까 싶어
다시금 휴대폰사진기를 연신 눌러댄다.
화질이야 별무신통하지만 그래도 준비 없는
우리들에게 이 정도의 기록이라도 남길 수 있으니
참으로 좋은 세상임에 틀림 없다.잠시 짬을 내 다시 찾은 선암사를
못보고 왔으면 아마도 병이 생겼겠지......
서울에 오면서 일행은 또한번 고생을 했는데
모두 내 탓인것 같아 그져 미안할 따름이다.고생한 일행들......
자비를 배풀고 공덕을 쌓았으니
복 받을겨~~~~~~~'여행등산 > 지난여행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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