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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랩] 섬진강 봄 꽃소식...
    여행등산/지난여행이야기 2011. 1. 7. 11:30
    
    봄의 왈츠를 듣다가 문득 익숙해진 
    어느 산하가 떠오른다.
    봄이 되면 괜스레 가슴이 벌렁거리고
    코평수 늘어나는 그런 현상들...
    
    꽃내음이 진동하여 나를 설레게 하고 
    흰꽃 분홍꽃 노란꽃 들이 지천으로 널려
    어디에 눈길을 고정시킬 수 없는 곳...
    이즈음 19번 섬진강변 국도의 현상들이다.
    일행들과 함께 3월의 끝무리를
    남도 섬진강변으로 발길을 옮겼다.
    여행은 언제나 설렘을 동반하지만
    이번 여행은 그동안 답사에서 
    아쉬움을 남겼던 풍경들과 
    타이밍을 맞추지 못해 절정의
    꽃잔치를 보지 못했던 부분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그 강도가 더했다....
    
    지리산 자락을 넘다보니
    봄 물이 오른 나무들이 싱싱함을 알린다.
    차창을 내리고 봄기운을 호흡하니
    신선한 바람이 폐부를 산뜻하게 해준다.
    여행에서 첫번째 만나는 것은
    언제나 이렇듯 신선한 공기다...
    
    섬진강을 만나고자 구례로 접어드니
    들판이 노란색 일색이다...
    산수유의 고장 구례는 우리나라의 산수유 중
    약 67%를 생산한다고 하니
    그 양이 가히 짐작이 간다.
    
    산수유는 하나하나의 생김새로는
    꽃의 반열에 들 수도 없는 것이지만
    무리지어 늘어선 모습을 보면
    가히 노란색 폭풍우를 연상시킨다.
    더구나 개울가에 산수유 가지가 
    늘어진 모습을 보다보면
    푸른 물 속에 드문드문 박혀있는 바위와 
    파란 하늘과 함께 산수유 꽃의 
    노란 물결이 참으로 좋은 조화를 이룬다.
    
    산수유 마을의 백미는
    오래된 고가의 담장 너머로 한아름의 산수유가 
    다소곳이 봄볕을 받고 있는 풍광이다.
    시간에 쫒기며 음미할 시간이 없다보니
    일행들을 따라가기 바빠 제대로 감상을 
    못한 것이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다.
    
    19번 도로변의 벚꽃은 아직은 일러
    꽃길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섬진강 강가로 파릇파릇 물오른 새싹들과
    물빛에 반사된 봄 지리산의 생동감은
    지금이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임을 알려주기에
    전혀 손색이 없어 보인다.
    
    매화마을로 가면서 화엄사를 조금지나 
    섬진강을 가로질러 반대편 도로를 이용했다.
    이 도로를 이용하면 지리산의 영봉들을
    하나하나 바라볼 수 있어 좋고
    19번 국도보다 다소 한갇져서 좋다.
    지리산을 바라보노라니 푸근한 능선과
    욕심없는 산세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마음이 답답해져 옴을 느낀다.
    언제나 시간에 구애 받음이 없이
    저 아름다운 산과 계곡, 절간 들과 
    우리네 역사를 감상해 볼 수 있을련지...
    
    매화마을 입구는 흐드러진 매화꽃 만큼이나
    인산인해, 차산차해를 이루고 있었다. 
    일행들이 매화마을을 지나치자고 성화인 것을
    꼭 보여주고 싶은 풍광이 있어 고집을 부리고
    함께 매화마을을 향한다.
    여기까지 온 목적이 무엇이었는데...
    
    언덕바지를 약간 숨가쁘게 올라와 
    딱 맞닥뜨린 매화계곡...
    푸른 보리밭과 하얀 매화의 절묘한 조화...
    매화향에 잠시 정신을 잃고 전망대로 오르다
    눈을 산 아래로 두는 순간...
    천하의 비경을 만날 수 있다.
    지리산의 힘찬 맥동으로 잘 생긴 목형산이
    바로 앞에 멋진 자태를 보여주고
    그 아래 섬진강의 백사장과 물줄기가 빚어내는
    선과 색의 조화는 참으로 아름답다.
    이런 산과 강을 앞에 두고 매화밭의 잘 짜여진
    화폭을 감상하노라니 선계가 따로 없다.
    3차원의 공간 속에 4차원의 시간을
    가장 잘 조화시켜야 이런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코메디언들이 자주 하는 소리가
    외국인에 비해 자주 웃지 않는다고 한다.
    외국인은 웃을 준비가 되어 있어 자그마한 자극에도
    쉽게 박장대소를 하는데 우리는 안 그렇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말이다.
    여행에서도 마찬가지다.
    감동받을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같은 사물을 보면서도 쉽게 감동을 하고 
    새로움을 느끼며 삶의 감흥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유명한 관광지를 여행하면서도 감흥을 받지 못하고
    별것 아니다는 식으로 지나치면 얼마나 속상하겠는가?
    작은 것에도 감동하고 기쁨을 느끼기 위해서는
    마음을 열고 감동 받을 준비를 해야한다.
    
    매화마을의 축제는 1주일 전에 끝났지만
    지금이 오히려 절정기를 달리고 있다.
    활짝 핀 매화가 한쪽에서는 낙화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차를 타고 갈 때는 창문을 열어 놓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매화향을 느끼면서 매화꽃이 바람에 떨어지는
    낙화의 멋드러진 풍경을 볼 수 있으니...
    
    보성차밭으로 발길을 돌리니 벌써 해는
    서산으로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다.
    산중의 해는 빨리지는 면도 있지만
    서쪽으로 서쪽으로 차를 몰아도
    해 지는 속도를 따라 잡을 수가 없어서
    차밭에 도착할 때는 이미 해거름이
    짙게 물들인 때였다.
    
    차밭의 싱싱한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다가
    차 한 잎을 따 입에 물어보니
    뜹뜨름한 것이 이게 차 잎인가 싶다.
    계단식 차밭의 아름다움에 한동안 취해 바라보다
    깎아지른 절벽에 이렇듯 아름다운 모양으로
    밭을 꾸며 놓을 생각을 누가 했을까? 하고
    뜬금없는 공상을 해본다.
    
    다음 날 일행들과 선암사를 지난달에 이어 다시 찾았다.
    꽃이 피는 시기를 맞추기 위해 여러번 찾았지만
    어떤 때는 홍매화꽃이 떨어진 뒤에 찾았고
    어떤 때는 미쳐 개화를 하지 않았었는데
    이번엔 예감이 좋아 흐드러진 매화터널을 
    볼 수 있으려니 생각했다.
    
    그러나 쉽게 그 자태를 보여주지 않았다.
    곧 꽃이 만개할 징후만 보였을 뿐...
    이렇듯 때를 맞추기가 힘들다.
    안쪽의 하얀매화는 지금 절정을 뽑내고 있었지만
    입구의 홍매화는 빨갛게 홍조만 띨 뿐
    봄기운에 수줍은 양 아직 그 속살을
    드러내놓지 못하고 있다.
    
    선암사를 찾을 때 마다 
    꼭 보고 싶은 곳이 한 곳 더 있었다.
    바로 승선교 아래에서 홍예문을 통해
    강선루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는 것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갈 때 마다 다리 공사를 한다든지
    비가 내려 위험해서 개울 아래로 못 내려 간다든지
    일행들이 바쁘게 움직여 시간을 못내는 등
    몇번의 기회를 놓쳤었다.
    이번에는 큰 맘을 먹고 그 아래로 내려가서
    여한 없이 사진에 아름다운 모습을 담았다.
    새롭게 단장한 승선교가 고풍스런 맛과 색깔은
    사라지고 없었지만 그 아름다운 자태는 여전하여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홍예문으로 바라다보이는 강선루는 
    무지개 마을 속에 깊숙히 자리 잡은 
    신선들의 놀이터 같게만 느껴진다.
    그래서 승선하여 강선하는 곳이겠지...
    
    남도여행을 뜻하지 않게 한달여에 두번씩이나 해서
    아주 기분이 좋다.
    조금은 아쉬움이 남지만 그 아쉬움 조차
    내일날 또 다시 찾을 명분으로 남겨두고
    새롭게 감동 받을 준비를 하며 
    오늘을 보내야겠다.
    
    흐르는 곡 : 슈트라우스 / 봄의 소리 왈츠
    출처 : 불혹전후
    글쓴이 : 소올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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