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크랩] 아...천년의 석조물들이여~!! 원주폐사지(3)여행등산/지난여행이야기 2011. 1. 7. 11:52
아...천년의 석조물들이여~!! 폐사지 풍경
천년을 버티는 것 중에 돌이 아닌 것은 장담할 수 없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목조건축물 중에 7백여년 가까이 된 건물도 있지만 흔한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석탑이나 부도, 부도탑 등 석조물 중에는 천년을 넘긴 것들이 부지기수로 많습니다. 그런 석조물들을 찾아다니는 답사객들이 근래에 많이 생겨났 습니다. 문화재가 온전하게 보전되려면 이 땅에 전쟁이 없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수많은 외침으로 인해 전쟁이 끊일날이 없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인해 석조물이 아닌 것은 거의 사라졌다고해도 과언이 아니죠. 폐사지 풍경
한 시대를 풍미하던 커다란 가람도 전쟁이나 화재로 인해 송두리째 사라져 버렸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아무 것도 없는 빈 터에 오로지 남아 이곳이 과거의 영화로운 가람터였음을 보여주는 것은 석탑과 부도와 같은 석조물들 뿐입니다. 폐사지에서 탑 하나를 보고 시간의 흐름과 당대의 기운을 느끼고 역사를 깨우치며 한발 더 나아가 석공의 땀을 느낄 수 있다면 얼마나 즐거운 일이겠습니까? 그래서 폐사지 답사는 문화유산 답사 중에 상급에 속한다고 했습니다. 폐사지 풍경
문화유산답사를 하면서 제일 쉽게 할 수 있고 의미있게 할 수 있는 것 중에 우리나라 국보나 보물을 찾아다니는 것입니다. 국보급 문화재를 보면 최소한 실망하지는 않겠더군요... 그래서 저도 국보전시회가 있으면 언제나 찾아나서는 편입니다. 우리 문화재의 상당수가 석조물들인데 그 중에서 폐사지에 남아 있는 것들이 상당수에 이릅니다. 이번 답사의 하이라이트는 폐사지 답사입니다. 흥법사 진공대사탑 부 석관(보물365호)-구 중앙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이 경복궁에 있던 시절에 박물관 앞마당에 국보급 탑과 부도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그 석조물들에게는 법천사지, 흥법사지, 거돈사지 등의 이름이 붙어 있었습니다. 이것을 보면서 도대체 어디에 있는 절인지 궁금했었는데 한참이 지난 뒤에 폐사지라는 말을 알게 되었고 꼭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몇번의 기회를 놓치고 나서야 이번에 모임에서 폐사지 답사를 한다기에 만사 재쳐놓고 따라 나섰습니다. 법천사지 거목
답사길을 나서면 차안에서 이런 저런 이벤트를 진행하는데 이번에는 여럿이서 합창을 하게 하더군요...점심을 먹은 후라 나른한 몸을 가누기 힘들었는데 합창으로 즐겁게 진행되는 답사길에 저도 어쩔수(?) 없이 동참을 하면서 졸음을 쫓아 버렸고, 노래 한곡조가 끝날 즈음에 커다란 고목이 떡하니 길 한가운데에 버티고 서있는 폐사지가 나타났습니다. 이곳이 법천리 법천사지 입니다. 고목은 둘레가 어른 서너명이 손 잡아야 할 정도로 컸는데 가운데가 텅 비었더군요... 고목나무와 사람들...ㅎㅎ
그 고목이 법천사지를 지켜주는 장승이라도 되는 양 그 앞에는 마을이름 표석이 서있고 사람마다 정감어린 표정으로 사진 찍기를 즐기더군요... 저는 고목 안으로 들어가볼 요량으로 커다란 제 몸을 들여놔 봤더니 의외로 쉽게 들어갈 수 있더라구요... 제 몸이 들어갈 정도였으니 얼마나 큰 고목이며 그 안은 또 얼마나 넓었겠는지 이해하실겁니다...ㅎㅎㅎㅎ 이 고목은 벼락 맞았거나 노화로 속이 썩은 것으로 생각 되는데 벼락 맞은 대추나무가 액을 쫓아 주듯이 이 고목도 한 번 들어가본 사람들에게는 액을 떨쳐버리는 부적이 되주지나 않을까 기대해봐야 겠습니다...ㅎㅎㅎ 지광국사 현묘탑비(국보59호)
법천사지...지광국사 현묘탑(국보101호)과 탑비(국보59호)로 널리 알려진 이곳은 통일신라시대의 절이었는데 임진왜란 때 전소된 후 폐사되었습니다. 지금 한창 발굴조사가 진행중이어서 곳곳에 파란천으로 덮여있어 보기에는 좀 안좋지만 어림짐작만 으로도 어마어마한 절터였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지광국사 현묘탑비 옆 모습
고목나무를 조금지나 왼편 산언덕으로 올라서면 막바로 법천사지의 석조물들이 어지럽게 널려있는데 그 앞쪽에 까만 대리석으로 된 부도탑이 떡하니 버티고 있습니다. 사진으로 너무나 많이 봐서인지 그 신비로움은 다소 반감 되었지만 부도탑의 이수나 귀부의 모습은 감탄을 자아내게 만들었습니다. 특히나 비신의 측면에 새긴 운룡은 다른 어떤 탑에서도 보기 힘든 명작이었습니다. 탑을 감상하면서 탑주위를 탑돌이 하듯 서너바퀴를 돌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곳에 있던 지광국사현묘탑을 원주시에서 요구하는대로 이 자리에 갔다 놓는다면 어떨까? 제 짝을 만나 보기 좋고 어쩌면 세계적인 답사처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들면서 한편으로는 걱정도 많이 되었습니다. 발굴조사가 끝나면 어떤 식으로든 가닥이 잡히겠지요? 현묘탑의 부서진 뒷 부분
지광국사 현묘탑비는 아래쪽 모서리 부분이 심하게 파손되어 글씨를 알아볼 수 없게 되었고 뒷부분에는 문화재로 지정되기 전에 생긴 것인지는 몰라도 낙서처럼 심하게 긁힌 자국들이 보였는데 아마도 탁본을 뜨면서 생긴 자국들 같더군요.. 아무튼 노지에 비바람을 맞으며 천년을 버텨온 현묘탑이 근세들어 이토록 심하게 훼손되고 있으니 하루 빨리 비각을 세워 비바람을 막고 사람들로부터 격리를 시켜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이러다보면 현묘탑비의 아름다움을 가까이에서 구경하기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보존되어야할 우리나라 국보인데 이대로 방치되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광국사 현묘탑(국보101호)-구 중앙박물관
예전에 국립중앙박물관에 있었던 지광국사현묘탑(국보101호)은 일제에 의해 일본으로 유출되었다가 회수되어 경복궁에 전시 되던 중 6.25 동란중에 유탄을 맞아 12000여조각으로 산산히 부서진 것을 보수하였다 합니다. 지금 용산에 있는 국립중앙 박물관에서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야외나 실내나 아직 전시를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법천사지에 당간지주가 있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녹음이 우거져 그 위치를 알 수 없어 다음으로 기약을 했습니다. 대략적인 위치는 알았지만 갈길이 멀어 그냥 지나쳤습니다. 폐사지 풍경
한낮의 햇살이 유난히 따갑게 내리 쬐었습니다. 전날 장대비가 내리더니 그 여파로 습도가 높아 더욱 찌는 듯이 느껴졌습니다. 다음 답사지인 거돈사지로 향했습니다. 버스를 타고 답사팀과 함께 할 때면 마음이 편해서 좋습니다. 지도 볼 필요도 없고 시계 볼 이유도 없어서 정말 좋습니다. 그져 차창으로 스치는 풍광에 넋을 놓고 계절을 음미하며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한없이 즐겁습니다. 오늘도 버스를 타고 그것도 앞자리에 탔더니 조망이 아주 좋았습니다. 서울 아파트 조망권이 일억을 넘는다는데 오늘 차량의 조망권은 얼마를 내야할지...? 원공국사 승묘탑비(보물78호)
거돈사지에 이르자 커다란 석축이 한 눈에 들어오는데 예사 절터가 아님을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기사님께서 차를 오른쪽 끝에 있는 탑 앞에 세워서 먼저 그곳부터 보게 되었는데 탑이 아주 깨끗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이 탑이 원공국사 승묘탑비(보물78호)인데 약 천년이 된 탑비입니다. 최충이 글을 짓고 김거웅이 글씨를 썼는데 구양순체로 고려시대 비석에 새긴 글 중에서 가장 뛰어난 글씨라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원공국사 승묘탑 이수 부분
비의 귀부는 험한 인상의 용의 머리이고 비신에 비해 이수 부위가 커서 조금은 불안해 보이고 있습니다. 한참을 보고 있노라니 뭔가 제 허리 부분이 아파옴을 느꼈는데 머리가 너무 커서 부러질 것 같다라는 괜한 걱정을 해봤습니다. 거돈사지 삼층석탑(보물750호)
거돈사지는 광활한 절터에 삼층석탑이 덩그마니 서있고 그 뒤편 금당자리에 불상의 대좌가 있는데 그 크기가 엄청나 불상의 크기를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거돈사지 삼층석탑 (보물750호)은 통일신라시대 작품으로 균형잡힌 잘 생긴 탑 입니다. 높은 기단 위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높아 보입니다. 허허벌판에 탑 하나 솟구쳐 있는 모습이 폐사지의 지킴이 인양 의연해 보였습니다. 천년의 세월을 그렇게 있었다고 생각하니 어쩌면 외롭고 어쩌면 고고함이 배어 있는 듯이 보였습니다. 거돈사지 대좌와 삼층석탑
거돈사지 제일 위쪽에 원공국사 승묘탑지가 있어 올라갔습니다. 이곳에 있었던 원공국사 승묘탑(보물190호)도 국립중앙박물관 야외에 전시되고 있습니다. 그 탑이 본래 있었던 자리는 빈 기단만 ㄱ자로 놓여 있었고 잡풀 만이 살아 숨쉬는 공간임을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한적한 시간대에 적막한 공간에 올라 사위를 감상하니 거돈사지는 대단히 넓은 터에 자리잡은 가람이란걸 한 눈에 알 수 있었습니다. 원공국사 승묘탑터에서 바라본 거돈사지
푸름이 짙어진 6월의 폐사지에서 3층 석탑을 바라보니 고고한 학 한 마리가 천년의 세월을 이고 거돈사지를 지키고 있는 듯이 보였습니다. 푸른 초원 속에서 삼층석탑과 금당터가 만들어내는 흰색의 조화는 색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봐도 아름다운 풍경이며 고요함과 적막감이 어우러져 천년의 시간을 뛰어넘는 황홀경으로 빠져 들게 했습니다. 아...천년의 석조물들이여~!! 청산에 살리라 ....첼로연주곡[ Mischa Maisky ]
출처 : 불혹전후글쓴이 : 소올산 원글보기메모 :'여행등산 > 지난여행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태양 열기와 답사 열기와의 전쟁...서울부암동 (0) 2011.01.07 [스크랩] 푸르름,황토빛,돌빛의 색깔여행을 마치며...원주답사(4) (0) 2011.01.07 [스크랩] 토지문학공원...원주답사(2) (0) 2011.01.07 [스크랩] 푸른 숲 맑은 물...원주답사(1) (0) 2011.01.07 [스크랩] 바쁨을 기쁨으로...월정사 답사 (0) 2011.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