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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랩] 겨울 꽃잔치.. 난 벌이나 되어볼까?
    사는이야기/예전에 쓴글 2011. 2. 22. 15:12
    겨울을 맞아 베란다 화초들을
    거실로 옮겨 놓아두고
    몇 주를 보내던 중
    뜨스한 기운에 몇번 몸서리를 치는가 싶더니
    이내 꽃망울이 맺히고
    한두송이 꽃을 피워물고 있다.

    우리집 화초라야 몇그루 없지만
    그래도 그중 맨처음 동백이 꽃을 피우고
    뒤를이어 철쭉이 피고
    오늘엔 연산홍이 몇 송이 얼굴을 내민다.

    동백은 탐스럽게 꽃봉오리가 맺히고 난 뒤
    한 열흘이 지난 후에
    피는줄도 모르게 갑작스럽게 꽃망울을 터뜨렸다.
    그러더니 연달아 네송이 다섯송이를
    그 작은 나무가지 틈새로 수줍게 피어물고 있다.

    철쭉은 정말 가느다란 가지에
    볼품도 없는 것이었지만
    집들이때 친지가 보내주면서
    나중에 꽃이 보기 좋으니 잘 기르라는 말만 믿고
    열심히 물을 주곤 했는데
    이번에 꽃을 보니
    크기도 크고 색깔도 무척 맘에 든다.
    몇가지 안되는 작은 나무에서
    각 가지마다 세네송이를 피웠으니
    언뜻 잎은 안보이고 꽃나무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연산홍 분재를 하나 키우고 있는데
    이 녀석도 다른 것들과 동참을 할려는지
    몇일전에 꽃봉오리를 만들더니
    오늘엔 기어코 봉오리를 벌려
    그 존재를 확인 시켜준다.
    연산홍을 보면 미당의 영산홍이란 시가 생각난다.

    *********
    영산홍 (미당: 서정주)


    영산홍 꽃잎에는
    山이 어리고

    山자락에 낮잠 든
    슬푼 소실댁(小室宅)

    소실댁 툇마루에
    놓인 놎요강

    山넘어 바다는
    보름 살이 때

    소금발이 쓰려서
    우는 갈메기

    *********

    때아닌 꽃잔치를 맞고보니
    지금이 한겨울인데도
    봄이 다가온 것 같다.
    꽃이란게 참 묘하다.
    꽃 몇송이가 대번에 분위기를 바꿔주고
    사람 마음을 안정시켜 주니 말이다.

    계절은 여전히 변함없이 흐르고 있는데
    인간이 그 물줄기를 돌려놓는 것 같아
    꽃을 보면서도 마음 한켠이 씁쓸하다.
    향기를 맡아보고자 연신 코를 벌름거리지만
    마땅한 제 향기는 아니 나오는듯 싶다.
    그나마 삭막하기만한 겨울 분위기를
    다소나마 정감어리게 만들어 주고 있으니
    고맙다고 해야겠지...?

    그러고 보니 이 녀석들이 가련하게 느껴진다.
    괜스레 먼저나와 벌과 나비도 못보고
    또한 본래의 제모습을 지켜내기도 힘들고
    사방에 위험이 널려 세상살이가 고달프고
    넓은 천하를 피해 겨우 거실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으니 답답할거란 생각이 든다.

    오늘은 내가 벌이 되어
    이 녀석들과 친구나 되어볼까나.....

    출처 : 불혹전후
    글쓴이 : 소올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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