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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완조와의 만남에서 이별까지...
    사는이야기/사는이야기 2011. 3. 29. 18:51

    오늘은 정 하나를 떨쳐버린 날이다. 정 떼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결심을 굳히고 묵묵히 떠나 보냈다.

    그네들과 나와의 만남부터 이별 때까지 회고해 보기로 한다.

     

    ▼ 문조 한쌍...가장 힘들고 외로울 때 나를 만나 그래도 내게 큰 위안이 되었다.  

     

    지난 2003년 백수로 지낼 적에 지루함을 달래볼 심산으로 동대문 쇼핑가를 뜻없이 거닐다가 무작정 청계천쪽으로 발길을 돌렸는데 어디선가 나를 부르는듯한 소리에 이끌려 찾아간 곳이 청계7가 새 도매상이었다. 지금은 청계고가도로가 철거되었지만 그때까지는 고가도로가 그대로 있었다. 새소리가 요란스럽고 각종 희귀한 새들과 애완동물들이 즐비했다. 난생 처음보는 애완동물들도 참 많았다. 한참을 구경하다가 뭐가 씌웠는지 갑자기 충동일 일어 새를 입양하게 되었다. 그날 입양한 새가 바로 흑문조였다.  

     

    ▼ 가끔씩 새장 밖으로 꺼내서 날기 연습을 시키기도 했다. 

     

    주인의 권유도 있었고 새 울음소리가 좋고 모양이 이뻐서 문조를 골랐는데 글 읽는 선비와 같은 고고함이 있다고 해서 문조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문조는 울음소리가 이뻐서 아침마다 새소리에 잠을 깰 정도였다. 참으로 신기한 것이 밤에는 꿈쩍도 않고 잠을 자고 아침만 되면 아름다운 소리로 활동을 개시한다. 꼭 나를 깨우는 소리같아서 일부러 새소리를 듣기위해 베란다 창문 바로 아래에 새장을 놓아두고 새소리를 즐기곤 했다.

     

    ▼ 문조와 십자매... 새장을 잠시 바꿔서 집어넣었다. 원래 문조의 집은 박스형으로 된 것을 사용한다.

     

    문조 한 쌍을 들여놓은 후로 매일 모이를 주고 목욕물을 갈아주고 주기적으로 새장을 청소를 해주고 정성을 다했다. 이것도 신경쓸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정성을 다해서 키웠다. 알을 10여개씩 낳고 한참을 품었는데 나중에 보니 모두 무정란이었음을 알고 안타까움에 나도 실망을 많이했다.

     

    ▼ 십자매를 밖에 내놓고 키우면 재미는 있지만 분비물을 감당하기 힘들다..ㅎ

     

    그로부터 새를 잘 키워볼 요량으로 인터넷 동호회에 가입하여 새에 대해 공부도 하고 키우는 법을 배웠다. 그곳에서 말하길 문조 알은 십자매가 대리모로 품어야 제대로 부화한다고 해서 십자매 3마리를 입양하게 되었다. 십자매를 키우면서 새장이 없어 문조와 함께 넣었더니 십자매는 문조의 덩치에 밀려 기를 펴지 못했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새장을 하나더 사게 되어 따로 키우게 되었다.

     

    ▼ 밴자민 나무에 둥우리를 달아 십자매가 살도록 했다.

     

    집에서는 백수가 일자리 구할 생각은 안하고 맨날 새하고 노닥거리고 가끔 혼잣말로 헛소리 까지 해대니 좋아할리가 없었다. 새는 거들떠 보지도 않고 내가 없으면 새 모이도 안줘서 죽기 일보직전까지 간적도 있었다.

    그러다가 직장을 새로 구하게 되고 일에 파묻혀 지내느라 새에게 신경을 덜쓰게 되었는데 어느 날 보니 문조가 한마리 죽어있었다. 원인도 모르고 어찌할 줄을 몰랐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휴지에 잘 싸서 화단에 고이 묻어주는 일 뿐이었다. 미물한테도 정이 들었던지 무척 가슴 아팠다.

     

    ▼ 가끔은 문조도 꺼냈지만 워낙 날기를 잘해 밖으로 날아갈까봐 새장에 많이 두었다. 박스형 새장은 문조의 둥우리다.

     

    숫놈이 죽고나자 암놈이 아무런 힘도 없고 비실비실 대어서 짝을 맞춰주려고 다시 청계7가를 찾아가 문조 숫놈 한마리를 사서 짝을 맞춰주었다. 이제는 제대로 만나서 새끼도 펑펑 낳고 즐겁게 지내라는 뜻에서 마누라 눈치 봐가며 어렵게 짝을 구해줬는데 이번에는 그 둘이 서로 사이가 좋지않아 계속 물어뜯고 싸웠다. 그러다가 기어이 암놈이 죽어버렸다. 아마도 먼저 떠난 자기 짝을 그리워했는지... 새들도 아무하고나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고, 나만의 판단이겠지만 보기 싫은 상대하고는 죽음으로 항변한다는 것도 알았다. 암놈을 죽였다는 생각에 화도 나고 새를 키울 마음도 떨어져서 숫놈 한마리만 그냥 홀로 키우게 되었다.

     

    ▼ 나무에 새둥우리를 달아주었더니 아주 편안하게 그 속에서 잠을 잤다.

     

    그 사이에 십자매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사이에 새끼를 부화하고 하여 3마리가 12마리까지 늘어났다. 참으로 대단한 녀석들이다. 문조 알을 까라고 데려온 녀석들이 문조는 죽어나가는 새에 지네 가족만 4배로 늘렸으니 이를 두고 주객이 전도되었다고 하는지...

     

    ▼ 십자매는 문조만큼 울음소리가 맑지 못하지만 구하기 쉽고 잘 커서 초보자가 키우기 쉽다.  

     

    새를 사온 날 부터 집사람한테 쓸데없는 짓을 했다고 구박을 당하면서도 굳굳하게 키워오던 녀석들이다. 십자매 수가 계속 늘어나자 관리에 한계를 느껴 방생하기로 하고 약1주일 이상을 새장 밖으로 꺼내 날기 연습을 시켰다. 그리하여 5마리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아파트 정원에나가 방생을 했다. 그때 문조도 너무 외로운 것 같아 함께 방생을 했다.

     

    ▼ 새를 가둬 키우지 않고 내놓고 키우면 분비물이 너무 많이 발생해 집사람과 말다툼하기 십상이다.. 

     

    그런 뒤 십자매는 또 새끼를 부화하여 9마리까지 늘어났고 계속 더 늘어갈 추세였다. 새를 키우는 것도 정성과 부지런함이 함께해야하는데 점점 관심을 주지못해 미안한 생각이 많이 들었다. 뭔가에 무겁게 짓눌림이 있을 때쯤 스스로 결정을 내렸다. 나보다는 좀 더 새를 사랑해주는 분들에게 분양하는게 낫겠다고... 그래서 동호회 카페에 알려서 한차례 분양을 했고 오늘 드디어 두번째이자 마지막 분양을 하게 되었다. 

     

    ▼ 첫번째 분양을 한 십자매... 

     

    새로운 주인에게 인계하면서 녀석들을 깨끗하게 보내려고 새장이며 모이그릇, 목욕물까지 모두 청소를 깨끗하게 해서 보냈다. 새로운 주인에게 사랑 듬뿍줘서 잘 키우시라는 말과 함께...

     

    ▼ 두번째이자 마지막으로 키우던 새를 분양했다.. 

     

    지금까지 약8년에 걸친 새와의 만남과 이별을 회고해 보았다. 뭔가 생명체를 키우는 일이란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정성과 사랑을 주어야지만 가능한 일이다. 앞으로는 쉽게 생명체를 키우지는 못할 것 같다. 무엇보다 정성을 기울일 자신이 없고 이미 메마를대로 말라버린 내 가슴을 누구보다 내가 먼저 알아차려 버렸으니...  

     

    ▼ 새들에게도 왕따가 있다. 다른 새들은 모두 새장으로 들어갔는데 한 녀석만 홀로 나무둥지를 지키는 것을 자주 봤다. 

     

     

    나이가 서서히 들면서 오지랖을 조금씩 줄여나가고 있다. 쓸데없는 일에 덜 관심을 갖으려 하고 돈 되지 않는 일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으려 한다. 그런데 그것이 말처럼 쉽지가 않다. 나 혼자서 하는 일이라면 까짓거 그냥 크게 맘 먹고 하면 되는데 어울리는 일들은 뜻대로 잘 안된다. 지금 이 글을 쓰는 것도 사실상 그런 관점에서 보면 헛일이 되니 말이다. 새와의 만남은 힘들 때 내가 위안을 받았는데 이제 내가 새 키우기가 귀찮다고 새를 떠나보내야하니 이런 이기심이 어디있겠는가? 후회는 결과 다음에 온다고 했지만 항상 후회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내 취미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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