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스크랩] 초딩 졸업 30주년에 참석하고.....
    사는이야기/예전에 쓴글 2011. 1. 7. 10:31
    졸업 30주년이라는 화두에
    그져 마음만 설레인체 서두른 새벽길...
    일행들이 기다리는 신도림역에 도착해보니
    벌써 많은 동창들이 모여있다.
    반가움에 인사나누고
    물흐르듯 빠져나온 고속도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음악이 나오고 창가가 불려지고
    이윽고 몸 비틀음이 시작된다.

    잠깐씩 들른 휴게소는
    또하나의 사연들을 심어준다.
    무엇이 그리들 좋은지 연신 웃음소리가 들리고
    남 눈치 보든말든 큰소리들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30년만에 만난 친구도 있으니
    오죽 하고 싶은 말이 많겠는가????

    이윽고 도착한 고창.....
    선운사를 지나치며 비릿한 갯내음을 맡고
    멀리 변산반도의 풍광을 느끼며
    내 고향 해안선을 지나치자니
    30년 전의 순간들이 뇌리를 스친다.
    몇몇 동창들은 와--하고 함성도 지르고
    모교에 도착하는 설레임을
    표현할 길이 없어 오히려 막막해 한다.

    30년.....
    강산이 세번 변했다는데
    우리네 모습은 얼마나 변했을까???
    동창들 면면의 형태를 떠올리며
    모교에 이르러 학교모습을 바라보니
    어디선가 재잘거리는 아이들 소리가 들리는 듯
    힘찬 함성으로 뛰어다니는 모습이 보이는 듯
    쿵쾅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간신히 버스에서 내리니
    고향 흙내음과 풀내음이 진하게 나를 자극한다.

    오늘따라 참 날씨도 좋다.
    파란 하늘이 너무도 아름답고
    빈 들판 사이사이로 푸른 채소류가 심어진
    고향의 풍경도 한폭의 수채화 같게만 보인다.

    모교에 들어서니
    먼저 와 계신 옛 스승님 두분께서 우리를 반기신다.
    정말 30년만에 뵙게된 스승님...
    특히 내게 수(數)의 개념을 알려주시고
    어린 시절 꿈에 부풀리게 해주신 선생님......
    대부분의 우리 동창들은 그 분에게서
    주산을 배우며 어린 시절의 가난과 고통을 벗고
    큰 희망을 안고 살았으리라...

    모교는 너무나 아름답게 가꿔져 있었다.
    지금의 교장선생님의 강한 교육의지와
    미래에 대한 확고한 사명감이 어우러진
    교정의 운치는 내가 미쳐 생각해내지 못했던
    세세한 어버이의 손길이 느껴진다.
    꼭 있어야 할곳에 그에 맞는 나무가 있고
    이 겨울에도 활짝핀 국화가 우리를 반기며
    어린이들의 꿈을 키워주는 성인들의 동상이 서있어
    어떤 다른 학교보다도 우리 후배 어린이들은
    큰 포부와 미래에 이 나라를 짊어질 역군으로
    성장하기에 조금의 부족함도 없어 보였다.

    모교 운동장은 한바탕 만남의 장이 되었다.
    여기저기서 반가움의 포웅과 함성, 웃음소리...
    듣기에 오히려 정감어린 쌍소리들...
    동창들만이 느끼는 그리움의 표현이리라.
    내 머리가 모자라 오히려 동창들을 다 기억하지 못하고
    겨우 이름자로 친구를 알아보는 어리석음에
    돌로 된 머리를 힘껏 쥐어박고 만다.

    참 반가운 얼굴들이 많이도 참석했다.
    멀리 제주도에서, 여수에서 날아온 친구...
    120여명 졸업생중 60여명이 참석했으니
    참석한 우리들이나 선생님들이나 모두 놀랄만 하다.

    도착하여 친구들과 교정을 둘러보았다.
    어떤이는 손을 잡고 어떤이는 어깨동무로
    지난 시절 잊혀졌던 추억을 한장 한장 꺼내며
    그 시절의 흑백사진을 가슴으로 읽어간다.
    옛날 우리가 제일 무서워했던 푸세식 화장실은 온데간데 없고
    그 깊게만 느껴졌던 우물도 이젠 매워져 버렸고
    교실도 학생수가 줄어들며 낡은 건물은 헐어내고
    그 자리에 어린이 놀이터가 세워져 있다.
    지금 선생님들의 식당으로 쓰고 있는 자리.....
    그 시절 옥수수 강냉이 죽과 우유가루, 옥수수 빵을 먹던
    참으로 기억조차 하기힘든 그 시절들이
    왜 그리도 뚜렷하게 떠오르는지...
    그냥 잊혀져도 좋으련만.....

    먼저 도착하신 은사님들과 나란히 걸으며
    옛이야기에 취할 즈음 늦게 선생님 한분이 도착하여
    행사의 막이 올랐다.
    철저한 준비로 시작된 30주년 기념식...
    살아온 날들이 다 다를테지만 그래도 사회자의 지시에
    잘도 따른다....
    차렷, 선생님께 경례...
    "안녕하세요" ...ㅎㅎㅎㅎ

    예전의 발랄한 모습은
    얼굴주름사이로 감춰지고
    허옇게 샌 머리들만 삐죽삐죽 검은머리 사이로 나부끼며
    세월의 흐름을 증명이라도 하려는듯
    스승님이나 동창들이나 하나 같이
    웃고있는 모습 뒤에서 들려오는 듯한 세월의 무게...
    마음만은 누구보다 젊고 동심의 순수함까지 가졌지만
    어찌 천지간 흐르는 세월의 무게를 덜을수야 있겠는가...?

    그렇게 약 1시간여의 행사는 막을 내리고...
    모두 교정을 중심으로 기념촬영에 들어가는데
    난 뒷줄에 서봐야 얼굴도 안나올 듯 싶어
    아예 맨 앞줄에 화장실에서 볼일보는 자세로 주저앉아
    얼굴 한판 박아보겠다고 부시운 햇살에 눈을 찡그리며
    오늘을 기억하는 또 한번의 한없는 추억을 하나 만들었다.

    뒷풀이 장으로 옮겨
    서해 바닷가가 훤히 바라다 보이는 풍천장어구이집...
    바닷내음을 맡고자 일부러 바닷가를 나가보니
    예전의 그 섬들은 그 자리를 의연히 지키고 있다.
    해풍은 그 내음이 아닐진데...
    풍천장어와 복분자...
    듣기만 해도 힘이 솟을것만 같은 찰떡 궁합...
    반가움에 한잔하고 그리움에 한잔하고
    추억으로 한잔하고 존경심에 한잔하고......

    한잔속에 옛 이야기 많이도 간직했더이다.
    한잔속에 가슴아리 많이도 맺혀있더이다.
    한잔속에 그리운 이 많이도 가졌더이다.
    한잔속에 세상풍파 많이도 경험했더이다.

    스승님들께 한잔씩 권하고
    동창들과 주거니 받거니 하며
    특별히 누구에게 권한다느니 받는다느니 하는 따위의
    격식은 이미 서해 바다에 퐁당 빠뜨려버린 체
    그져 친구라는 이름 하나로 세월을 축지법으로 뛰어넘어
    두서없는 이야기로 정돈되지 않은 목소리로
    눈은 반쯤 감기우고 얼굴은 불르레 서해 해넘이를 떠올리게 하고
    단정한 옷차림들은 벌써 가을걷이 하는 아낙네 옷차림이더라...
    회포가 아직도 덜풀린 실타래로 남아 있는데
    먼 길 떠나야하는 나그네의 시간 공포를
    아무도 막아서지 못한 체 자리를 정리할 수 밖에 없었다.

    내 한몸 겨우 챙겨 밖으로 나오니
    해풍의 내음이 취한 내 머리를 간지럽힌다.
    장어에 복분자로 힘들이 솟는지
    누군가의 주창으로 해변가 백사장으로 자리를 옮기잔다.
    가뭄에 단비 맞듯 듣던중 반가운 소리...
    다들 취한 몸을 이끌고 백사장에 모여서
    어린시절 놀이마당을 펼쳐보인다.
    동네별로 모여 선수 선발...
    상금을 걸고 달리기 시합을 하는데
    우리 동네는 겨우 꼴찌를 면하는데 그쳤다.
    불혹의 나이에도 술이 취했는데도 참 건강들하다.
    그져 부러운 마음으로 바라볼 뿐...
    여자 동창들도 어쩜그리 잘도 달리는지...

    멋진 마무리를 보내고
    다음을 기약하는 마음들을 떨어져 내리는 햇살에 모아
    서해 바닷바람과 파도에 실어 날려 보낸다.

    그래....
    우리는 친구다.
    우리의 만남은 우연도 아니고
    우리의 만남은 일시적인 것도 아닐진데
    끝없이 이어지는 우리 모교의 역사와 함께
    우리의 40주년 50주년도 계속 될것이다....










    =====================================
    『세상을 변화시키는 인터넷①』
    (≫≪) 미군 희생 여중생들의 죽음을 애도하며..
    출처 : 불혹전후
    글쓴이 : 소올산 원글보기
    메모 :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