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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비 오는 날 산행...여행등산/지난산행기 2011. 1. 7. 14:06
비오는날 산에 오르면 우선 사람이 없어서 좋다.
산을 통째로 나혼자 차지한 것같은 느낌이 든다.
물론 비가 억수로 내리면 산에 오르는 일 자체가 위험한 일이 되겠지만
오락가락하는 비라든가 안개비는 오히려 분위기를 상승시키는 효과도 있다.
오늘 아침부터 빗소리를 듣고 짜증 섞인 목소리를 낸다.
"오늘도 또 비야...?"
연 4주째 주말 비로 인해 산행이나 답사를 전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산에 가리라 벼르고 있었는데
아침에 창밖을 보니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다.
일기예보를 인터넷으로 얼른 열어본다.
기상청이 기상중계청이 된지 오래지만 이번 주말 날씨를 위해
기상청이 관계자회의까지 했다고 하니 맞을 확률이 높지 않겠는가?
오전에 내리는 비가 정오에 잠깐 멈췄다가 오후에 다시 온다고 되어있다.
빗소리가 잠잠해지고 잠깐 햇살이 보이기가 무섭게
보따리 챙겨들고 무조건 달려간 북한산...
집 가까이에 있어서 무시로 드나들던 북한산이 오늘따라 왜이렇게 고마운지...
가까이 있어 부담없이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 아닐런지...
습도가 높아 산에 오르는 초입부터 땀으로 범벅이 된다.
땀 맛을 느낄려고 찾아온 우중산행이니 이건 즐거움이고...
너무도 한적하여 가끔씩 만나는 등산객들이 반가웁기 그지없다.
북한산에 오르면서 같은 코스를 밟다보니 항상 쉬어가는 지점이 있는데
그곳은 늘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다.
오늘은 그곳에 아무도 없다.
전망이 좋고 시야가 확트여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소인데
오늘은 그곳에 안개구름만 자욱하다.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땀을 식히며 늦은 점심을 김밥 한줄로 떼우는데
사위가 조용해서인지 여러 소리들이 들린다.
계곡의 물소리가 가장 크게 들리고
나뭇잎사귀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도 제법 크게 들리고
새소리와 곤충들 소리도 간간히 들려온다.
그러다 좀 조용해진다 싶더니 바람이 한바탕 불면서
주위의 모든 소리를 일시에 잠재운다.
이른바 지우개 역할을 한다.
주위가 조용해지니 갑자기 잡생각이 떠오른다.
비에 흠뻑 젖은 산을 보노라니
영화의 한 씬이 생각난다.
잘 생긴 여배우가 물에 젖은 옷을 입고
남자를 유혹하는 그 장면...
혼자서 미소지으며 산을 한번 힘껏 안아본다.
깊게 심호흡도 해본다.
비에 젖은 산...
산이 목욕을 한다.
사랑의 향연을 앞둔 풍만한 여인이 되어
찾아올 님을 위해 정갈하게 준비한다.
침실에 안개 장막을 드리우고
야릇한 등불로 분위기 만들어
산은 세상사 잊으라 한다.
산이 흥분을 한다.
계곡수는 엄청나게 불어나고
꿈틀거리며 괴성을 지른다.
나홀로 찾은 비 내리는 산
깊은 호흡을 가다듬고
등줄기에 흐르는 땀을 닦는다.
오랜만에 찾은 산...
오락가락하는 빗줄기를 맞으며 흐르는 땀을 닦는 맛도
가히 기분 나쁘지 않은 쾌감을 준다.
We All Fall In Love Sometimes - Elton John
출처 : 천하장군문화유적답사회글쓴이 : 野草 원글보기메모 :'여행등산 > 지난산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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