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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랩] 출근길 스케치
    사는이야기/예전에 쓴글 2011. 2. 22. 15:05
    아침이면 집안이 전쟁터를 방불케한다.
    아니 전쟁터 하면
    내가 이미 걸프전에 참전하여
    경험도 있고하니 크게 걱정이 안되지만
    우리집 아침풍경은 사뭇 전쟁터와는 다르다.
    폭탄과 폭음대신
    마눌의 거친 음성이 온 집안을 흔들고
    아이들은 부시시한 몸을 이끌고
    간신히 자기 방에서 나오는 꼴이
    난민구호소에 수용된 전쟁미아 같다.
    내 꼴을 볼라치면
    어떻게든 이부자리를 움켜쥐고
    항복하라는 최후통첩까지 무시해가며
    버틸때까지는 버텨볼 심산으로
    갖은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버티다
    끝내 찬바람 맞으며 시한폭탄 같은
    시계앞에 항복하고만다.

    오늘은 아이가 기말고사 치르느라
    늦게 학교 간다하여
    나로서도 조금은 여유가 생겼다.
    내부순환도로를 지나오는데
    여명은 여전히 아름답고
    오늘은 특이하게도
    정말 미인의 눈썹을 닮은 그믐달이
    여명기의 붉은 기운과 함께
    구도가 잘짜인 풍경화를 만들고 있다.
    중량천변을 지나올때
    언제부터인지 한눈 팔아가며
    철새를 감상하고 있다.
    멀리서 보기에도 다양한 새들이
    중량천을 찾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철새에 문외한인 내가봐도
    한눈에 알수 있는 원앙, 청둥오리...
    그 수가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이다.
    아침 출근 시간이
    그네들도 식사시간인지
    연신 물속으로 자맥질하는걸 보면서
    어쩔땐 멍하니 바라보다
    뒤에서 빵~빵~ 대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지나치곤한다.
    중량천이 오염되었다고 하는데
    이제는 새가 찾아올 정도인가 싶어
    조금은 위안이 되기도 한다.

    한강을 가로지르는 많은 다리중에
    내가 이용하는 다리는
    이름만 들어도 섬뜩한 성수대교이다.
    지난번 붕괴사고 이후
    새로 튼튼하게 다시 만들었다고는 하나
    매번 지날때마다 찜찜한 마음은
    어쩔수 없는 현상인가 보다.
    그런 마음만 빼고나면
    성수대교는 아침 출근길을
    상쾌하게 만드는 곳이다.
    우선 회사까지 막힘이 없어 좋고
    무엇보다 멀리 성남 남한산성 자락에서
    올라오는 해돋이의
    마지막 용트림을 볼 수 있어 좋고
    운 좋은 날에는
    한 무리의 철새가 다리를 가로질러
    여명을 배경으로 날아가는 모습은
    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이럴땐 오히려 차라도 막혀
    해돋이의 장관을
    맞이하고픈 마음이 간절해 지지만
    그도 또한 뜻대로만 되지 않는다.
    세상사 성패의 비밀이
    곧 타이밍이라고 말하던데
    내게있어 오늘 아침의 타이밍은
    제대로 된 것일까?

    출근하고 잠시 마음을 정리하면서 단상 몇자 적어본다.


    출처 : 불혹전후
    글쓴이 : 소올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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