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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덕궁 옥류천 답사
    답사는 즐거워/문화재답사 2004. 10. 17. 00:18

    바쁜 일상에서 한가로이 여행이나 산책을 즐긴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러움을 내보이거나
    한량 취급을 하기 일쑤지만......
    사실 알고보면 이런 사람도 마음의 병이 있어
    치료차 여행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려나......ㅎㅎㅎ

    난 28년만에 공개를 했다는 창덕궁 후원 옥류천을 보고자
    여러달 노력을 했으나 헛탕만 치다가 근자에 겨우 기회를 얻어
    화창한 가을날 지인들과 함께 다녀왔다.
    마음의 병을 치료하러......ㅎㅎㅎ

    창덕궁 돈화문앞 궁궐수비대 교대식

    창덕궁 돈화문을 들어서는데
    때마침 궁궐수비대의 교대식이 벌어졌다.
    푸른색 붉은색 노란색 복장을 하고 깃발을 앞세우고
    북을치며 등장을 하는데 멋진 퍼레이드를 연상하게 했다.
    한 20여분 진행하는데 비록 좁은 공간에서 였지만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해주어 옥류천 관광 초입부터
    산뜻한 마음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금천교의 남쪽 해태상과 북쪽 거북상

    창덕궁 인정전

    창덕궁 관광은 몇번에 걸쳐 경험이 있었기때문에
    이번엔 주로 뒷뜰 담벼락이나 건물의 단청과 같은
    숨겨진 것을 위주로 돌아다녔다.
    청명한 가을하늘이 고궁의 용마루 위로 펼쳐지며
    유난히 푸르고 높게 보였다.

    대조전 뒷뜰

    후원의 뒷뜰은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아
    언제 찾아가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이지만
    언제나처럼 거기서 머물 시간이 없이 안내자의 인솔에 따라
    급하게 떠날 수 밖에 없다.

    후원으로 나가는 홍예문

    가파른 언덕에 계단을 만들고 각종 야생화와 작은 나무를 심어
    사철 꽃이 피게 하고 그 사이사이에 괴석을 얹어 놓아
    선계를 만들고 있으니 뒷뜰에 가면 고즈넉한 기운과 함께
    창덕궁을 찾는 새로운 맛이 풍긴다.
    더구나 대조전 뒷뜰과 거기서 후원으로 나가는 홍예문은
    참으로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부용정에서 바라본 영화당

    비원 부용지에 들어서면 처음 비원을 방문했을 때의
    싸한 기운을 지금도 느낄 수 있다.

    어수문과 규장각

    나즈막히 가라앉은 터에 방형의 연못을 만들고 그 가운데에 동그란 섬.....
    거기에 비스듬히 곧 쓰러질것 같은 소나무......
    천원지방(天圓地方)사상에 의해 조성된 연못이다.
    이곳은 어딘지 모르게 강한 느낌을 받곤하는데
    영,정조의 넘치는 힘이 서린 까닭일까?

    애련지와 애련정...숙종과 장희빈의 사랑이 배어있다

    거목들이 즐비한 고궁의 산책로를 따라
    초가을이 수목에 사뿐이 내려앉아
    파스텔톤의 색감을 조용히 뿌려놓고 있다.
    숙종과 장희빈의 웃음소리가 묻어날 것 같은 애련지를 지나며
    가을 하늘을 올려다 본다.


     

    애련지 앞의 불로문

    불로장생을 꿈꾸며 통으로 된 돌덩이를 깎아 만든 불로문을 지나자니
    진시황의 꿈이 결코 우리와 무관하지 않음을 알았다.
    여기서 항상 아쉬움과 궁금증을 안고 돌아가곤 했었는데
    오늘은 불로초를 먹고 불로문을 드나들었듯 저기 저 숲으로 들어간다....

    지금껏 산책로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통행금지" 팻말을 안고있던
    철가로막대의 노랗고 검은 줄도 28년의 무게만큼이나 무겁게
    가을 하늘을 향해 들어올려졌다.


     

    관람정...부채꼴 모양의 유일한 정자

    첫번째 만나는 한반도모양의 연못이 나오는데
    여기에 특이한 부채꼴모양의 정자가 있다. 바로 관람정이다.
    관람정은 닻줄 즉 배 띄움을 구경한다는 뜻이란다.


     

    관람정과 존덕정...존덕정의 겹처마가 눈길을 끈다

    바로 옆에 존덕정이라는 특이한 정자가 있는데
    겹처마로 되어있어 안내자에게 물어보니 처음부터 그렇게
    지었다고 한다.


     

    존덕정 안에 걸려있는 정조의 글 현판

    그곳에는 "萬川明月主人翁自序"라는
    정조의 글이 새겨진 현판이 걸려있다.


     

    폄우사...올라가는 길에 세자의 양반걸음 연습용 반석이 놓여있다

    조금 위쪽에 폄우사란 맛배지붕 건물이 있는데
    이곳은 순조의 세자 효명세자가 독서하는 곳이었다한다.
    효명세자는 순조의 큰 뜻에 따라 양위를 단행하여
    약 3년여 집권하며 할아버지 정조의 정책을 따라 왕권강화를 꾀했으나
    아쉽게도 젊은 나이에 요절하고 말았다.
    당시의 외척세도정권세력들이 들끓던 상황을 고려한다면
    아마도 독살되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19세기 왕들의 세자가 온전하게 크지 못하고
    대부분 어렸을때 죽어간 것도 한번쯤 생각해볼 문제다...

    구릉으로 구성된 오솔길을 따라
    구중심처에 오롯이 있을 옥류천을 찾아가는데
    이게 왠 날벼락......근처에 있는 S대학에서 가을 축제를 하는지
    스피커를 최대한 켜놓고 소음을 아낌없이 보내온다.
    우리들은 자그마한 소음도 숲에 사는 새들이나 동물들에게 피해가 간다하여
    마이크도 사용하지 않았거늘.....


     

    옥류천 전경과 소요정

    옥류천에 들어서니 낮은 곳에 작은 정자 너댓개가
    옹기종기 모여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처음엔 옥류천이 아주 깊은 산속에 커다란 암석사이를 흐르는
    깊은 계곡쯤으로 생각하고 찾았건만
    너무도 작고 초라하여 일순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그러나 찬찬히 뜯어보고 마음으로 느껴본 즉
    역대 왕들의 풍류와 원대한 꿈을 읽을 수 있었다.


     

    옥류천이 있는 소요암 옆의 소요정...폭포소리가 상당히 크게 들린다

    옥류천은 인조 14년(1636)에 소요암이라는 바위에
    인공적으로 홈을 만들어 정자 앞에 물길과 조그마한 폭포를
    만든 것인데 이곳에서 왕과 신하가 시를 짓기도 하고 술도 마시며
    풍류를 즐겼던 곳이다.


     

    소요암에 새겨진 숙종의 시와 인조의 옥류천 글씨

    소요암에는 인조가 붓글씨로 쓴 '옥류천'과 숙종이 1670년에 쓴
    오언절구의 시가 새겨져 있는데 그 내용이 참으로 원대하고 웅장하다.

    "폭포수 삼 백 척을 날아 흘러(飛流三百尺)
    아득히 구천에서 내려오누나(遙落九天來)
    보고 있노라니 문득 흰 무지개가 일어나고(看是白虹起)
    일만 골짜기에 우뢰 소리 가득하다(○成萬壑雷)"

    이 작은 골짜기 아담한 폭포수에
    이처럼 웅장한 표현을 빌어 왕이 손수 글을 쓸 수 있다는데 놀랍고
    이곳이 비록 작지만 태산에서 흘러내리는 폭포수와 비교하여
    어디 한군데 흠잡을 곳이 없다는데 또한 놀랍다.
    떨어지는 폭포수 소리가 사위의 조용함과 맞물려
    엄청나게 크게 들리는건 나만의 느낌이었을까....?


     

    옥류천 청의정...초가지붕과 벼

    옥류천에는 소요정, 태극정, 청의정 등의 아담한 정자들이 모여 있으며
    임금님이 약수를 마셨던 어정이 남아 있어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지 않는다 한다.
    특이하게 청의정 앞에는 벼가 자라고 있었는데 임금이 손수 농사를 하여
    그 볕집으로 지붕을 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청의정은 초가지붕으로 되어있다.


     

    옥류천 정자들

    몇달을 고생하며 겨우 찾은 창덕궁 옥류천......
    옛 궁중의 풍류가 넘쳐나고 웅장한 기백이 넘쳐나는 곳......
    몇십년을 고이고이 감추었다 이제 겨우 발치만 보이는 곳......
    아름다운 풍광보다도 그 안에서 어우러졌을 군신간의 믿음......
    소나무가 활엽수에 치여 성장하지 못하는 것이 이 사회를 보는듯 하고
    지천으로 널린 도토리가 여기서는 제대로 대접을 못받고 있는 듯이 보여
    돌아오면서 자꾸만 내 등뒤를 돌아보게 된다.

    함께한 지인들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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