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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랩] 해맞이 고향 여수 향일암......
    여행등산/지난여행이야기 2011. 1. 7. 10:32

    처음이라는 것에는
    어설픔과 수줍음이 서려있고
    또한 남다른 각오와 용기가 있어야만
    첫, 처음, 처녀라는 호칭이 사용 가능해진다.

    그래서인지 우리들 세계에서는
    첫번째 것에 많은 의미와 가치를 부여한다.
    흔히들 발명, 발견으로 비유되면서
    우리 생활에 깊숙히 관계되고 영향을 미친다.

    생애의 첫번째 날...
    1년의 첫날...
    한달의 첫째 날
    하루의 첫번째....

    그러나 하늘은 아무에게나
    그 첫번째라는 선물을 안겨주지 않는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노력을 한 자 만이 누릴 수 있는
    귀하고 가치있는 것이리라...

    여수 향일암...
    태양을 향하고 있는 암자이리라...
    이곳은 매년 새해 초하룻날 해맞이 축제를 하는 곳이다.
    좀 이른 감이 있지만 미리 해맞이를 하기위해
    그 먼 곳을 향해 밤새 달려 내려갔다.

    지금껏 해맞이를 위해 참 많이도 다녔다.
    정동진에 5차례나 가 보았고
    일전의 해남 땅끝 마을...
    추암 일출봉...
    이름없는 산, 해안가를 다 대자면 끝도 없으련만
    아무튼 해맞이를 위해 들인 정성이 만만치 않다.
    그때마다 매번 하늘의 시샘으로 해맞이를 못한 경험이
    이제는 해맞이에 대한 집념이 악에 받쳐 있을 정도다.

    이번에도 그 이름처럼 찬란한 해맞이 명소...
    과연 하늘이 감천을 할것인지...
    출발 전부터 일기예보에 관심을 갖고
    그곳 날씨를 예의주시하면서 떠나본다.

    아침공기가 참으로 맑고 시원하다.
    간간이 바람이 불어 옷깃을 여미게 하고
    이곳이 겨울 바닷가란 것을 알려주기도 했지만
    수평선 너머 하늘엔 구름조차 보이지 않고
    여명의 하늘은 멀리 고기잡이 배의 불빛만 비추고 있다.

    향일암은 전남 여수시 돌산에 위치해 있는데
    전국 4대 관음 기도처 중의 한곳으로
    644년 신라 선덕여왕 때에 원효대사가 창건하여
    원통암이라 불렸다 한다.
    고려 광종때에 윤필대사가 금오암으로,
    조선 숙종41년(1715년)에 인묵대사가 향일암이라 개칭했다.

    향일암 일주문....새로 세운 일주문과 거북상....어쩐지 돈냄새가 난다..

    향일암에 오르는 산길은 제법 가파른 편인데
    새벽 공기를 마시며 도란도란 얘기하며 걷기 좋은 곳이다.
    새로이 대리석 기둥을 이고있는 일주문을 지나
    잘 다듬어진 계단을 오르자니
    어딘지 돈냄새가 나는 것 같아 다소 거슬리긴 했지만
    오르면 오를수록 넓게 펼쳐진 한려수도의 풍광들이
    내 마음을 잠시도 딴청부릴 수 없게 만든다.

    새벽녁 대웅전과 금오산 바위

    이곳은 암자 초입부터 거북 석물들이 있는데
    향일암과 거북과의 관계는 떼어놓고 볼 수 없다.
    이곳 산 이름이 금오산인데
    금오산의 바위모양이 거북의 등처럼 되어있어
    향일암을 영구암이라 부르기도 한다.
    또한 돌산이 거북의 형상으로 되어있다고도 한다.
    대웅전 앞에 영구암이라는 현판글씨가 특이해 여쭤봤더니
    경봉 스님이 쓰신 글씨라 한다.

    영구암 현판...특이한 글씨체가 인상적이다

    암자에 오르는 길엔
    오래된 동백나무가 즐비하고
    집채만한 거대한 바위 두개 사이로 난 석문을 통과해야 하는 등
    아기자기한 등산코스라고 볼 수 있다.
    향일암 대웅전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남해 바다가 확 트인 광경을 보여준다.
    아무 거리낄게 없는 그런 시원한 맛이나는 곳이다.

    향일암의 제일 멋은
    원효대사가 기도했다는 관음전에 있지 않을까...
    깎아지른 바위아래 도량이 있는것도 그렇고
    그곳에 오르는 길도 바위틈을 통과하는 등
    운치와 멋이 넘쳐나지만
    뭐니뭐니해도 관음전 앞에서 남해에 떠오르는 일출을 본다면
    이는 다름아닌 선계이리라..

    관음전에서 바라본 남해...이곳으로 해가 솟는다

    관음전에 도착하니 벌써 사람들로 만원이다.
    어디에 기대어 사진 한장 찍기 힘든 상황이다.
    그래도 우리네 증명사진 찍는 습관이 어디로 가는가....?
    나도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서 어떻게라도 한장은 찍고 본다....ㅎㅎㅎㅎ
    멀리 수평선에 붉은 기운이 감돌고 있다.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던 일출 아니던가???
    그런데 좀 이상하다.
    원래 일출은 붉은 기운이 하늘을 삼킬듯 하다고 들었는데
    이곳은 어째 영글다만 홍시처럼 밋밋하다.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누군가의 입에서 오늘 일출은 틀렸다는 소리가 들린다.
    아니....이게 왠 날벼락이란 말인가...?
    내가 여기까지 얼마나 노심초사하며 기다려 왔었는데...
    하늘이 붉어지는가 싶더니 이내 구름들이 수평선을 뒤덮고
    물안개인지 비구름인지 바닷가에 퍼지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위는 훤해지는데
    붉디 붉은 태양은 보이질 않는다.

    흔들리는 발걸음을 옮기면서
    또 한번의 부족함을 느껴본다.
    때이른 동백이 무더기로 피어난 곳을 지나치면서도
    산중턱에 달디단 약수가 넘쳐나는데도
    아무런 생각이 없이 그냥 지나치고 만다.
    갑자기 청마 유치환 시인의 시가 떠오른다.

    '아! 누구던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달픈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

    처음이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출처 : 불혹전후
    글쓴이 : 소올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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