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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랩] 녹색평원 보성차밭...아! 푸르름이여....
    여행등산/지난여행이야기 2011. 1. 7. 10:33

    향일암에서의 마음을 깊이 감추고
    두 눈을 감아본다.
    아직 애송이 야생마인 양
    설익은 풋과일 마냥
    천방지축으로 날뛰던 모습들이 스친다.
    모든 일은 다 때가 있는 법...
    그 때를 기다리는 법을 배우자.....

    구름은 어느 새 비를 뿌리고 있다.
    들뜬 행동은 매사 준비 부족을 만드는 법
    미리 우산을 준비하지 못한 불찰로
    여행이 망가지기 일보 직전이다.
    겨울비는 이름 만큼이나 차갑고 움추리게 만든다.
    그래도 어디 방도가 없을소냐...

    보성차밭 초입의 삼나무 숲길


    보성 대한다원농원에 도착하니
    빽빽한 삼나무가 열병을 하듯이 나를 반긴다.
    이렇듯 들어서는 초입이 신선감을 줄 때는
    경험상으로 그 안은 분명 한 번 들어가면 나오기 싫은
    천하의 명소가 펼쳐지곤 한다.

    그 안에 있는 차 시음장에서
    언 몸을 잠시 녹이고 주인장의 배려로 찢어진 우산을 하나 집어든다.
    난 솔직히 차향이나 다도에 대한 이해가 없다.
    그져 커피 마시듯 후루룩-- 마셔대는 정도일 뿐...
    그래도 그곳에서 마시는 차는
    어딘지 경망스럽게 마셔서는 안될성 싶어
    천천히 음미함이 아닌 남 눈치보며 마셔보니
    내가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내음이 코끝과 혀끝을 스친다.
    이런게 차향이란 것인가...??

    비가 추적추적 오는 차밭 길을 따라
    맘에 맞는 님과 함께 오르는 녹색의 평원...
    이곳은 봉산리 차밭 중 가장 오래된 곳이란다.
    벌써 40년이 넘었다 하니...
    산을 타고 돌아 차밭의 꼭대기에 다다르니
    정말 한폭의 달력이 내 눈앞에 펼쳐진다.
    켜켜이 쌓아놓은 녹색의 낱가래 마냥
    풍요로움과 마음의 평안을 동시에 가져다 주는
    그런 신비스러운 광경이 정말 아름답다.

    보성차밭 서쪽 풍경....비가 오는 날씨 탓에 뿌연 안개가 자욱하다


    원래 차밭 산책은 새벽녘이 가장 좋다한다.
    새벽 차밭을 걸으면 선승처럼 된다고 한다.
    새벽은 아니지만 비가 오는 아침나절에 찾은 차밭은
    물안개 피워 오르고 빗물이 아침이슬 처럼 맺혀있어
    오히려 맑은 날 보다 한층 멋드러진 인상을 간직할 수 있었다.
    바지가랭이 사이로 튀어 오르는 물방울을 볼때마다
    어린 시절 들길 걷던 장난기가 되살아나
    괜시리 차잎을 한번 툭- 하니 건드려 물방울 세례를 당해본다.
    아직 어린 새잎 하나를 아무도 모르게 따 -곳곳에 차잎 따지 말라는 경고문구가 보임-
    입으로 가져가 맛을 보곤 그 떫은 맛에
    얼굴을 찌뿌리며 내뱉고는 아무렇지 않은 양
    내색 않고 하던 일 계속해 댄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점차 향이 입안에 느껴진다.
    내가 처음 당하는 거라 그럴까....???

    보성차밭 동쪽 풍경...안개속에 정경이 아름답다


    차밭 사이사이를 걸으면
    이곳에 나와 자연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세속의 많은 것들이 다 잊혀지고
    회색에 찌든 도시인들에게 녹색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다.
    몸도 마음도 다 푸른 빛깔로 바뀌고 만다.
    주위의 나무들이 모두 옷을 벗은 한겨울에 찾은 차밭은
    더욱 녹색과 자연의 소중함을 내게 각인시켜 준다.

    차밭에서는 아무런 말이 필요 없을성 싶다.
    조용한 길을 따라 차잎의 오묘한 색깔을 감상하고
    넓게 펼쳐진 녹색평원의 신비감을 느끼면서
    높이 오르며 가빠진 숨을 골라주는 시원한 바람을 쏘이면서
    선승처럼 거닐고 마음의 여유를 찾는 것만으로도
    분명 도시인들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온다.

    겨울 가랑비 오는 보성차밭.....
    뒤엉킨 마음을 풀어해쳐
    곱게 빗질한 차밭 이랑처럼 가다듬고
    한마리 새가 되어
    녹색 평원에 자리를 튼채 떠날 줄을 모른다.
    그냥 이자리에 머무르고 싶다.

    아!!! 푸르름이여...
    ===================================== 『세상을 변화시키는 인터넷①』 (≫≪) 미군 희생 여중생들의 죽음을 애도하며..
    출처 : 불혹전후
    글쓴이 : 소올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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