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이 없어진지 꽤오래 된다.
우선은 나부터도 일하러 출근을 하지않고
내 맘 내키는 대로 하다보니
출근의 의미가 퇴색되기도 하였고
아들녀석이 1주일 내내 주야를 막론하고
학원에다 독서실로 다니는 바람에
일요일이라고 늦잠 잘수도 없는 노릇 때문이다.
그래도 일요일이면
왠지 마음이 편안해지고 덩달아 몸도 느슨해진다.
딸아이는 나보다 더 게으름을 피워 내가 보기에도
그 애비의 피를 참 많이도 가지고 있는것 같다.
도대체가 12시 이전에 얼굴을 볼수가 없으니...
이 아이는 토요일 휴무라서 토요일에도 직장에 안나가니
자기 특기(게으름)를 십분 활용할 수 있어
아주 좋아라 하고 있다.
다른 사람같으면 토요일 휴무이면
뭔가라도 하나 할려고 할텐데 말이다.
오후들어 뭔가에 쫒기듯
무작정 밖으로 나가본다.
오늘이 백화점 세일 마지막 날이라고
백화점 근처마다 차량이 장사진을 이루고
통과하기도 힘들정도이다.
농협하나로 마트에 들러보니
제수용품을 찾는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우리도 이것저것 별 뜻없이 바구니에 담고보니
벌써 하나가득 들어찬다.
할일 없으면 집에서 책이나 읽을 노릇이지
쇼핑하는 것도 문제가 있는듯이 보인다.
한번 가면 끝이없이 사재기를 하니...
그냥 바람이나 쏘일 요량으로
간단히 츄리닝 차림으로 나섰다가
오늘 얼어 죽는줄 알았다.
배는 또 얼마나 고팠던지
얼마전에 들어와 저녁을 급하게 먹고
이제사 컴에 앉아본다.
아침에 열어본 까페는 뭔가에 씌웠던지
새로운 글이 보이지 않고 어제의 것에 멈춰서있더니
이제사 겨우 전부가 보인다.
시간이 멈춰선다는 것....
우리는 시간이 이대로 멈춰서기를 간혹 바라지만
막상 시간이 멈춰선 상황을 맞으니
너무도 답답하고 안절부절 못하는 내 꼴이
보기에도 좀 우습게 보인다.
결코 흐르는 시간이 멈춰선다는 것이
좋은 일이 아님을 깨달았다.
창밖을 내다보니 흐릿한 날씨속에서도
보름달이 떠있다.
까만 밤에 가로등만이 길게 제자리를 지키고
한가한 거리를 자동차 전조등은
긴 여운을 남기며 사라지고 있다.
겨울의 밤은 얼음장처럼 투명하면서도
뭔가 건드리면 금새 깨져 버릴것도 같은
그런 위태한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다.
밖을 내다보는 내 마음이
왜이리 불안하고 으스스해지는 걸까...?
마음이 따뜻하지 못함이리라...
밤이 깊어간다.
모두 보금자리로 들어 휴식을 취할 시간이다.
창문을 열고 싸한 공기를 마셔본다.
내의 바람에 찬 공기를 마시는 것도 머리를 맑게하는
전통의 한 방법이니 가끔은 애용하지만
누가본다치면 꼭 미친 짓이나 다름없는 노릇이다.
오들오들 떨면서 한 십여분을 버티다
결국에는 참지 못하고 아랫목을 찾게된다.
이런게 범인들의 행동양상인것을
무슨 깨우침을 얻겠다고 나서는가....허허
얼음장같은 겨울 밤을 바라보면서
작아져버린 마음을 넋두리로 풀어내 본 하루입니다.
즐거운 밤이 되시길...
출처 : 불혹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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