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부터 비가 억수로 퍼부었다.
최소한 출발할때는.....
무작정 출발하면서도 비가 개이리란 생각은
별로 하질 않았다.
비가 오면 오는대로 운치를 즐기고
비가 개이면 개이는대로 바닷가를 즐기리라.....
이런 맘 하나로 영종도의 긴 다리를 건넜다.
무작정 오긴했지만 목적지가 있어야 겠기에
을왕리 해수욕장으로 방향을 잡고
거침없이 빗속을 뚫고 나아갔다.
일전에 그곳 바지락칼국수와 조개구이가 맛있다는
소식을 접한지라 빗소리 들으며
후루룩~~~칼국수 한사발 먹으리라....마음 먹고 .....
내 고까운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려는지
날씨는 여전히 장대비를 뿌리고 있다.
남녘에서의 비피해로 인해 많은 분들이
큰 어려움을 겪었다는데 이 비는 아직도
화가 덜풀린 사람마냥 그렇게 화풀이로 내리고 있다.
이제는 아주 지겹도록......
휴가도 비로인해 거의 망치다시피 했고
여름 끝무리를 보내기가 아쉬워 궁여지책으로 택한
바다 여행이었는데
아침부터 빗줄기가 기분을 완전히 망치더니
그래도 강행군한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사정없이 앞이 안보일정도로 그렇게 존재를 알린다.
을왕리 해수욕장은 여러군데에서 많은 이야기가 있었지만
내게는 어울리지 않는 곳이었다.
우선 물이 너무 탁하고 주위 하수도물까지 유입되었는지
도저히 들어갈 수가 없었다.
인근의 많은 멋있는 집을 다 놔두고
빗속에서 엉겁결에 택한 엄마손칼국수라는 집은
내 생전에 그렇게 맛없는 칼국수는 처음이었다.
이건 음식을 파는건지 원......
기분을 망친채 그냥 돌아오려니
영~~ 찜찜해서 드라이브나 하자는 속셈으로
인근의 선녀바위라는 곳을 찾았다.
그곳에 도착하니 갑자기 하늘이 개이고
선녀들이 나를 반기는 양 하늘도 무척 아름답다.
그곳은 갯벌보다는 작고 아담한 바위가 넓게 펼쳐져 있었다.
마침 썰물 때라 넓은 바위가 펼쳐진 바닷가에는
많은 사람들이 뭘그리 바쁘게 돌아다니는지
무심결에 그냥 사람들을 따라가 보았다.
지천으로 널린 자연산 굴......
바위 틈새에 있는 작은 게..... 고동.....
그런데 바위 틈에 조금씩 묻어있는 모래속에
바지락이 있을 줄이야.......
같이간 일행의 덕으로 바지락을 캐기 시작했는데
한소쿠리를 다채우고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때까지
신나는 하루를 보내었다.
저녁을 대신해 조개구이집으로 들어가
조개구이를 먹는데 그 맛이 가히 일품이다.
바지락칼국수에 실망한 나의 마음을 알기라도 하는듯
조개구이 맛은 내게 오늘 영종도를 찾은 의미를
각인 시키기에 충분했다.
주인 아저씨의 넉넉한 인심과 더불어.....
선녀바위에는 작은 해수욕장이 있고
그곳에 바위하나가 아름답게 서있는데
난 그게 선녀바위인줄 알았더니
조개구이집 아저씨 말인즉 그건 나뭇꾼 바위이고
선녀바위는 더 돌아들어가야 한단다.....
나뭇꾼과 선녀라....
이 이야기는 금강산에서 유래한 걸로 아는데
이곳 해변가에도 그런게 있다니......
아무튼 선녀바위 해변에서는
지독하리 만치 계속된 비도 멈추고
짧지않은 햇살속에 바닷내음을 실컷 맛보고
바지락 캐는 멋도 즐기고 조개구이로 입맛을 다시고
덤으로 얻은 일몰의 풍광을 보고나니
이곳이 다름아닌 선계라......
선녀와 나뭇꾼이면 어떻고 선녀와 어부이면 어떠리......
가을에 다시 찾기로 약속하고
밤늦게 그곳을 떠나왔다.
유난히 밝은 반달이 견우와 직녀의 해후를 기억이라도 하라는듯
구름속을 연신 드나들며 내게 인사를 보낸다.
그래......
올 가을엔 선녀바위를 다시찾아 그때는
내 선녀를 꼬옥 껴 안아주리라.....
님들 즐거운 휴일 되세요~~~~~
출처 : 불혹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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