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몇달 동안
재택아닌 백수생활을 하면서
참으로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하였는데
그중에서도 하루가 음악과 함께
시작되고 흐른다는 것을 느꼈다.
아침에 눈을 뜨는 건
자명종 시계에서 울려나오는
'즐거운 나의 집'이라는 음악소리 때문........
그 좋은 노래가 이제 내 귀에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한갖 소음으로 전락했다.
아침의 여유를 느끼며
컴을 켤때쯤이면
지척에 있는 초등학교에서
아이들 등교길에 울리는 청량한 목소리의 동요...
가을이라 가을바람 솔솔 불어오니
푸른 잎은 붉은 치마 갈아입고서
남쪽나라 찾아가는 제비 불러모아
봄이오면 다시오라 부탁하노라.......
동요는 언제들어도 참 깨끗하고 맑다.
이제는 제목도 잘 모르는 동요들...
그래도 듣는것 만으로도
어린시절로 돌아가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아마도 아이들이 아침등교길 음악을 선곡하는것 같은데
비가오면 비에 대한 동요로....
맑은 날엔 씩씩한 동요로....
계절이 바뀌면 계절에 맞는 동요로...
이렇듯 집에 앉아서도 어린시절을 회상할수 있도록
철따라 좋은 음악을 들려주니
뉘집 애들인지.....참 고마운지고....
동요로 깨끗해진 마음에
갑자기 경제활동이라는 커다란 등짐이 짓누른다.
이때쯤이면 동네에 청소차에서 나오는 음악소리...
맨처음에 그 음악을 들을때는
동사무소에서 음악을 틀어주는줄 알았다.
매일 반복되는 음악에 의아심을 갖고 본즉
아니....청소차에서........
참 새련된 청소차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랬는데..........
사시장철 똑같은 음악에 어느 순간부터는
노이로제 증세마져 느껴졌다.
주민들에게 조건반사능력을 심어주려는지......
아님 주민들이 헛갈릴까봐 같은 음악을 고집하는건지....
애증님....
청소차 음악 좀 바꿔줘요....듣는 아우 지겨워요... ㅎㅎㅎㅎㅎ
청소차가 한바탕 소란을 잠재우고 떠나면
뒤를이어 트럭에 야채나 과일을 싣고 장사하는
노래하는 슈퍼마켓이 등장한다...
이건 숫재 소음이다....
아예 창문을 닫고 컴에 빠져들고 만다.
이런 장사일수록 꼭 스피커를 아파트 쪽으로 대고
엄청 큰 볼륨으로 뭘 공짜로 줄테니 나오라고 한다.
여기에 속은 사람있나요...???
난 죽어도 속은적 없시유...ㅎㅎㅎㅎㅎㅎㅎ
이즈음에 커피한잔을 앞에두고
까페에 들어와 마여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신선한 음악과 잔잔한 미소를 만난다.
어수선해진 마음을 달랠 요량으로
볼륨도 키우고 자판도 내려놓고
마우스도 전혀 움직임이 없이
그져 노래에 취해본다.....
음악을 올려주시는 고마운 분들을 생각하며....
요즘엔 거기에 새소리까지 나를 반겨주니
하루는 음악으로 시작되어
음악으로 마무리되는 음악인생이려니..............
즐거운 하루 되시길....
출처 : 불혹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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