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무척이나 한가한 날...
가을 햇살이라고 하지만
너무도 밝고 뜨거워
내 마음조차 주체하지 못한 날...
까뮈의 이방인처럼
그져 뭔가 폭력적이고 싶던 날...
무작정 시내를 배회하다
동대문에 들러 친척이 하는 가게를 구경하고
삶의 현장이라는 그곳을
이리기웃 저리기웃 거리다
그냥 하릴없이 발길을 옮겼다.
꼭히 누구를 만날 약속도 없으면서
친한 벗 하나를 만날 욕심으로
헨폰을 하면서 무작정 나선 길이다.
동대문에서 청계천 쪽으로 난 길은
사람하나도 비껴가기 힘들정도의
난장이다.
그때 청계천의 회색빛을 뚫고
여기저기서 새울음 소리가 들린다.
나도 모르게 그쪽으로 발길을 옮기고 보니
여기가 새 도매시장이란다.
각양각색의 새들과
애완용 도마뱀....이구아나...까멜레온...
그런데 왜일까???
갑자기 새 하나를 사고싶다.
보기에도 멋있는 앵무...잉꼬...
소리도 참 듣기좋다.
그런데 난 한쪽으로 눈길을 돌린다.
아무런 장식도 없는
거무스름한 새 한쌍...
이름이 문조라 한다....
옛 선비들이 즐겨키웠다고 해서 글월문자를 쓴다나 .....
대책없이 사고보니
이걸 어찌 집까지 운반한다냐...
후회가 밀려올쯤 택시한대가 앞에 선다.
벌써 눈치껏 택시탈 사람이라고 생각한 모양인데...
그래....네 덕에 호강한번 해보자...ㅎㅎㅎㅎ
집에와서 이녀석과 지내다보니
드디어 생명력이 느껴진다.
도대체 동적인 움직임이라곤 아무것도 없는 집안에
녀석들이 있고부터는 뭔가 활력이 생긴다.
암수가 처음엔 티격태격하더니
이제는 제법 사랑이라는 것도 나누고
둘이 아주 친하게 지내는 폼이
벌써 신방을 꾸미는것 같다.
새를 들여놨다고 온갖 소리 다 들었지만
그래도 내 친구로 등록하고
나와함께 이토록 다정하게 지내는데
왠 잔소리.....
얼마전 모임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나더러 새와 놀정도면 심각하단다...ㅎㅎㅎㅎ
내 누구라고 안 밝히지만
미워.......ㅋㅋㅋㅋㅋ
새롭게 분위기가 바뀌다보니
마음도 새로움을 타는가보다.
갑자기 분주해지고
뭔가 새로운 출발을 해볼 참이다.
이제 기지개를 켜고
자리털고 일어나야 되겠다.
오늘도 새들은 내가 나타나자
벌써 주인을 알아보는듯
먹이주기만을 기다린다.
누군가 나를 기다린다는 생각을 하니
이렇게 기쁠수가.....ㅎㅎㅎㅎ
나도 누군가를 기다려 주어야지....
출처 : 불혹전후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