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고등학교에 다닐적
우리반에서 공부도 제일 잘하고
운동도 잘하던 팔방미인인 녀석이 있었다.
오직 공부 밖에 모르던 녀석들과는 다르게
그래도 친구들하고도 어울릴줄 아는 녀석이었다.
그렇지만 녀석은 천상 범생의 범주에 포함될 수 밖에 없었다.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나쁘다고 한것에는
일절 관심조차 두지 않았으니 말이다.....
이 친구와 내가 만난건
우연히 등교길에서다.....
고1때 같은 버스를 타면서 같은 동네에 산다는걸 알았다...
그러나 같은 반이 된건 고3때다....
그 당시에는 과외를 엄청나게 할때다...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못했던 이 친구는
어머님의 헌신적인 뒷바라지로 열심히 공부했고
S대 사회계열에는 따논 당상이었는데.....
녀석의 인생굴레는 여기서 한번 굴절을 한다.
자기보다 못하다고 여기던 친구들은 다 합격을 했는데
이 친구는 내가 생각하기에도 이상하리만치
불합격하고 말았다.
이 친구의 꿈은 검사가 되는거였다.
난 그당시 검사가 뭐하는건지도 모를때인데
이 친구 덕분에 검사 판사가 고등고시를 통과해서
만들어 진다는 걸 알았으니까.....
거의 미친 사람이 되어 재수를 하기 시작했다.
재수할때 종로학원에서 만났더니
눈은 휑하니 들어갔고 핏기도 없어보여서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그런데 얼마나 열심이던지 화장실에서 조차도
책을 손에서 떼놓지 않고 공부한다고 하였다.......
그렇게 시간은 1년을 흘러갔고....
다음 해에 예비고사(지금은 수능이지만)에서는
300점을 넘는 고득점을 받고서 S대에 지원했는데.......
그 해에는 고득점자가 너무 많아서
이 친구 사회계열에는 조금 자신이 없어진 모양이었다.
그래서 인문계열에 원서를 집어넣고 무난히 합격했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자기의 꿈은 검사였는데 인문계열로 가다보니
그때부터 촛점잃은 인생처럼 방황하기 시작했다.
어찌보면 나도 일조를 한샘이지만
거의 매일 미팅에다 노는 것으로 시간을 허비하고
결국에는 2학년때 과를 선택할때
남들이 안가는 희안한 과에 들어가게 되었다.
한여름에도 오버코트를 입고 다니는 그런 과.....ㅎㅎㅎㅎ
그러다 80년대에 민주화 열기에서
이 친구는 선두에 서서 민주주의를 부르짖게 되고
결국 3년형이라는 영어의 몸이 되고 말았다....
녀석이 석방이 되고나서 집에 찾아갔을때
녀석은 그래도 밝은 미소를 머금고
오히려 내게 조언을 해주었었다.
녀석의 집앞에 새로 생긴 구멍가게가 있었는데
그게 안기부 요원이 만든 가게라면서 내게 알려주기도 했었다.
이 친구는 그때부터 처절하리 만치
인생의 고통을 겪으며 세상과 맞서며 살았다.
출판사 일....번역하는 일.....
나중에는 택시 운전을 한다는 소리도 들었다....
그러다 시간이 뭔지
나도 세상의 굴레에서 힘겹게 싸우다보니
연락이 끊겨 어떻게 지내는지 모르고 지내왔었는데.....
엊그제 우연히 고등학교 홈피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방문해 보았는데.....
거기서 그 친구의 소식을 듣게 되었다.....
지금 강남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고....
너무 반가워 통화를 해보았다.
나이 39세에 사법시험을 패스해서 연수원에 있다가
금년에 법무법인을 만들어 개업했다고......
정말 꿈은 이루어지는가 보다....
그 소식을 듣고 잠을 이루지 못했다.
수많은 일들이 생각이 나고 묻고싶은 많은 말들이 생각나서.......
내일은 녀석과 만나 소주잔을 기울이기로 약속을 했다.
20년의 세월이 녀석을 얼마나 변화시켰을까....
20년의 세월을 녀석은 얼마나 처절하게 싸워이겼을까....
혹시나 해서 내가 질문한 한마디...
너 그때 같이 운동했던 그 여자하고 아직도 같이 살지?????
그~~럼~~~!!!!!! ㅎㅎㅎㅎㅎ
출처 : 불혹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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