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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랩] 동백꽃 한송이..........
    사는이야기/예전에 쓴글 2011. 2. 22. 15:10
    얼마전 가을녘에 베란다가 하도 쓸쓸해서
    시장통 꽃집을 들렀더니
    많은 꽃나무들 중에 유독 달랑 한그루 있는
    동백나무가 눈에 들어왔었다.
    볼품새도 별로 없고
    잎새도 벌레를 탄것인양 중간중간 흑갈색으로 변해있어
    별반 신통찮은 그런류의 나무였다.

    나도 나려니와 마눌은 내가 그나무 어떠냐는 질문에
    대번에 핀잔을 주던 그런 나무였었는데
    무슨 인연이 있었길래 어느날 지나는 길에
    그 나무를 덜컹 사가지고 집에 와버렸다.
    딱 하나.. 화분은 멋진것으로 해서....

    집에서도 별로 나무 대접을 못받아가며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한채
    맨 구석자리로 밀려나 있던 놈이다.
    다른 화초들은 겨울에 다 거실로 들여다 놓으면서도
    동백나무만은 원래 추워야 이쁜 꽃을 피운다는 핑게로
    그냥 그자리를 지키며 이 한겨울을 나고 있었다.

    그러던 녀석이 엊그제 여행 갔다와서 보니
    빠알간 꽃망울 한송이를 정말 앙증맞게도 피워물고 서있다.
    하도 대견해서 가까이 가서보니
    여남은 송이가 같이 얼굴에 홍조를 띤 새색시 마냥
    막 수줍게 꽃망울을 머금고 있다.
    정말 추운곳에 놔두어서 그런지
    꽃색깔도 남다른 것 같고
    그 자태도 기품이 있어 보이기까지 하니
    이를두고 제 눈에 안경이란 말이 나온 모양이다.

    고향 선운사의 동백꽃을 여러차레 소개한바도 있지만
    동백꽃은 필때보다 질때가 더욱 아름답다고 한다.
    꽃이 떨어질때 후두둑~한다듯이 통째로 떨어지는 꽃이라
    더욱 그런 느낌이 드는 모양이다.
    사실 나는 동백나무를 잘 모른다.
    어릴적 울 할머니 왠공일(일요일)이면
    교회가실려고 머리 단장하실때
    동백기름을 바르시던 그 모습이 하도 인상 깊어
    동백기름이 동백나무에서
    수액으로 채취하는줄 알정도였으니.....

    동백꽃으로 유명한 고장이 여럿 있지만
    난 다른 곳은 잘 모르니 선운사만 죽자사자하고
    소개하고 다닌다. 더불어 미당의 선운사란 詩까지....
    동백꽃 색깔도 연분홍에서 암적색까지 다양하다.
    그중 나는 빨갛다 못해 검붉은 색 동백을 좋아한다.
    검붉은 색은 다른 색으로 변하지도 않을 것 같고
    어딘지 모르게 우리네 恨의 정서가 스며있고
    깊은 전설이 숨어 있을것 같기 때문이다.
    마음이 모질어서 그런건 아닌지 새삼 생각해 보게된다.

    진해에서 잠깐 교육 받은 적이 있는데
    그곳 교육장에 입구에서부터 열병하듯이 서있는 동백이
    3월 하순이면 정말 예쁘게도 많이 꽃을 피웠다.
    하지만 4월초 벚꽃이 피면 진해에서는 온통
    축제 한마당이 되는 곳이라
    동백은 별로 사람들 가슴속에 남아있질 않은것 같았다.
    그래도 나는 밤낮으로 동백꽃을 감상하고 사진도 여러장 찍고
    동백을 가까이에서 관찰하는 시간을 가졌었다.
    그때 생각하기를 나도 언젠가 내 가까이 동백나무를 두고
    꽃을 멋있게 피워 동백꽃 꽃그늘 아래에서 차한잔 마시리라 하고
    다짐을 하곤 했었다.

    오늘 동백꽃 한송이가 나를 한없이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한다.
    어린 시절이 그려지고
    젊은 청년시절 검게 그을린 내 모습이 보이고
    장차 백발이 성성할 즈음 나의 갈길이 생각나기도 한다.
    오늘부터는 동백나무를 거실로 옮겨다 놓아야 할까나....
    과보호가 정녕 수명을 단축시키지나 않을지....
    이래저래 생각이 깊어지는 밤이다.

    괜스레 바쁜 연말에 잠시 쉬어가자고
    단상일편 올렸습니다.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출처 : 불혹전후
    글쓴이 : 소올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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