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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크랩] 남도답사1번지(2)
    여행등산/지난여행이야기 2011. 1. 7. 10:08
    해남땅으로 들어서니 산이 우거지고 골이깊다.
    이곳이 행정구역상으로 森山面 九谷里라고 한다. 이 삼산면 땅
    전체가 해남윤씨 종가 땅이란다. 원래는 해남정씨
    땅이었는데 해남정씨 딸이 해남윤씨네로 시집을 오면서
    이땅을 유산으로 받게 되었고 이때부터 해남윤씨네는
    장자에게 상속하여 지금도 그 전통을 그대로 이어오고 있다한다.
    그때 해남정씨를 맞아 처가집 덕분에 큰 부자가 된 사람이
    어초은 윤효정이란 분인데 어초은의 4대손이 바로 고산
    윤선도이고 고산의 증손자가 공재 윤두서이다.
    해남윤씨 종가가 바로 녹우당이다. 이곳이 고산과 공재의 고택인데
    녹우당 앞에는 두분의 유물전시관이 있다.
    모두 원본으로 아주 귀한 유물들이 전시되어있어 답사객들에겐
    꼭 한번은 가봐야 되는곳이기도 하다.
    이곳에는 국보 240호로 지정된 공재의 자화상과 각종 보물이
    전시되어 있는데 그중 우리의 관심을 끄는것은 고등학교때
    배운 "내벗이 몇인고하니수석과 송죽이라. 동산에 달오르니
    긔 더욱 반갑고야....."로 시작되는 오우가를 볼수 있어서다.
    이 책이 바로 산중신곡인데 정말 반가웠다.
    이 집을 녹우당이라고 한것은 집뒷산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비자나무가 있어 바람이 불면 우수수 봄비 내리는 소리처럼
    들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지난 여름에 폭우로 효종대왕이 하사한 사랑채가 무너져 내려
    지금 한창 복구작업이 진행되어 안으로 들어가진 못했다.
    이 집은 풍수에 문외한이 봐도 한눈에 알수있는 명당에 자리
    잡은 집이다. 그러니 대대로 가세가 융성하고 인물을 배출할
    수 있겠지.....

    녹우당 답사를 마치고 해남 두륜산 대둔사를 찾았다. 대둔사는
    대흥사로 알려진 절이지만 원래 대둔사를 일제시대에 대흥사로
    바꾼것을 지난 1992년경에 원래 이름을 되찾은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일주문에는 두륜산대흥사로 그대로 적혀있는것으로 봐서 사람의
    습관을 하루아침에 바꾼다는것이 그리 쉽지 않은것 같다.
    대둔사는 커다란 사찰로서 특히 서산대사의 유언으로 서산대사의
    의발을 대둔사에 둔 이후로 사찰이 크게 번성하였다. 정조대왕은
    이곳에 표충사를 지어 서산대사, 사명당, 처영스님등 세분의 영정을
    모셔놓고 매년 제사를 지내게 하였다 한다.
    대둔사에는 문화사적 유물이 별로 없다. 그러나 유홍준 교수의 말처럼
    이곳은 진짜 아는 만큼만 보이는 곳이다.
    원교 이광사의 대웅보전과 침계루 현판, 추사의 무량수각 현판,
    정조대왕의 표충사 현판 등은 서예에 지식이 없거나 가이드의
    설명이 없으면 쉽게 알수없는 것들이고 대웅전앞 계단의 돌사자도
    아주 색다른 것이라고 볼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대둔사는 초의선사를 빼놓고 말할순 없다.
    초의선사와 추사는 막역한 친구사이였으며 이들은 차(茶)라는
    매개물로써 서로의 정을 더욱 다진 사이가 되었다.
    추사가 초의선사의 차를 받고 고마움의 징표로 써준 "茗禪(명선:
    차를 마시며 참선에 든다)"이라는 글씨는 절집에 가면 수건같은 곳에
    새겨 파는 추사 말년의 희대의 명작이다.
    대둔사에는 초의선사의 동상이 세워져 있고 그 옆에는 서산대사의
    유물관이 세워져 있었으나 너무 늦게 도착한 관계로 관람을 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초의선사는 선운사 백파스님과도 선교논쟁을 벌였다고 하는데
    초의선사와 추사와 백파스님과의 관계는 얽히고 설킨것 같아
    나같은 사람은 알려는 엄두를 못내고 그져 서로 사이가 안좋았는데
    나중에 서로를 이해하고 백파스님 입적후에 추사가 비문을 쓸정도로
    백파스님을 존경했다한다.
    그래서 선운사 백파선사비는 추사의 글씨로 유명하다. 내 고향이
    선운사가 있는 고창이다 보니 여기저기 선운사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게된다.....

    대둔사는 참으로 가람이 아늑하고 오랜 고목들과 계곡이 어우러진
    우리 같은 중생들이 찾기에 안성마춤인 절이라 생각된다.
    입구에서부터 고목들이 즐비하고 부도밭을 지나면 너른 가람이 펼쳐지는데
    대웅전이 정면에 있지않고 옆으로 꺾이어 계곡을 건너야 만날수 있다.
    나는 이번 대둔사 답사에서 참으로 좋은 기회를 만날수 있었다.
    다름아닌 저녁 예불을 참관하게 되고 법고 공연과 목어, 산사의
    종소리를 처음으로 듣고 보게 되었다.
    법고공연은 두분의 스님이 번갈아가며 치는데 그 치는 속도는
    빠르면서도 음의 강약으로 중생들의 속세 번민을 씻어내는 듯
    마음을 사로잡는 무언가가 있었다. 장삼을 휘감아 원을 그리고
    안으로 모았다 밖으로 흩어지기를 수없이 반복하여 하나의 커다란
    음을 완성시키는데 난 황홀경에 빠져 넋을 놓고 바라만 보았다.
    이어 목어라는것을 치고난 뒤 법당의 종소리를 들으니 아까까지
    법고에서 못다푼 응어리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돌아와 이세상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사랑할 수 있을것 같은 마음이 드는것은
    나만이 느낀 감정이었을까......
    산사에서 일몰과 함께 뜻하지 않은 경험을 하고나니 오늘 하루가
    참으로 의미있게 다가온다. 허겁지겁 뭐에 쫒기듯 시작된 아침,
    하나라도 놓칠세라 지식에 굶주린 사람모냥 눈을 부릅뜨고 귀를 세우고
    다니던 한나절, 법고와 산사의 종소리로 평안한 마감을 하게되는 저녁......
    누군가 일부러 맟춤한 하루일상 마냥 그렇게도 잘 조화된 하루다.

    대둔사 답사를 마지막으로 첫날 답사를 마치고 해남에서 제일
    좋다는 해남관광호텔로 가서 여장을 풀었다.
    마눌은 호텔에서 잔다고 하니 기대가 되는 모양이다...ㅎㅎㅎ
    그런데 호텔이란데를 별반 다녀보지 못한 우리로서는 특히나 지방호텔이
    어떤 모습인지를 도체 알수가 없다. 그래도 기대를 잔뜩 했었는데 막상
    그곳을 가보니 실망만 늘어나고 도무지 마음에 들지를 않는다.
    그래도 아무말도 못하고 지방의 숙박시설이 다 그러려니 하고
    그져 하루 잘 쉬었다고 나오면서 말했다.
    어디간들 내집만한데가 있을까.....
    출처 : 불혹전후
    글쓴이 : 소올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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