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사람들이 이미 남도답사를 다녀왔겠지만 모두에도 제가 말했듯이
저로서는 오랜동안 기다려온 여행이기에 감히 몇자 적어보는 것입니다.
일단 시작을 했으니 마무리는 지어야 겠다는 생각으로 한번 더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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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은 새벽녁에 일어나 땅끝마을 해돋이를 보는것으로 하루일정을
시작하였다.
땅끝전망대에 오르니 숨도차고 다리도 힘이 들었지만 그 산정에서
바라보는 남해안 다도해의 풍광은 과히 천하의 둘도없는 멋드러진
경치였다. 최근 계속해서 안개가 끼고 구름이 일어 해돋이는
끝내 보질 못했지만 이른 아침 땅끝에 서서 김지하 시인의
애린을 생각해보고 시인이 느꼈던 처절하고 고독한 삶을 안개와
구름으로 뒤덥힌 아침 땅끝에서 느껴본다.
토말비가 세워지고 난뒤 순수 우리말로된 땅끝기념비를 다시금
세워야 한다고 그보다 한참이나 밑에 또다른 기념비를 세워놓았으니
이 땅의 끝지점을 그렇게도 요란떨며 알려야만 되었는지......
사자봉 전망대에서 한없이 가파른 길을 내려와 땅끝기념비 앞에서
사진 한방 찍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오던길 되돌아 간다.
땅끝기념비에서 땅끝마을로 가는 오솔길은 바닷내음이 물씬 풍기고
상록수들이 간간이 배치되어 상큼한 아침공기를 마실수 있고
별로 힘들이지 않고 걸을수 있는 평평한 길이라 연인이나 가족과
데이트하기에 안성마춤인 그런 곳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해안가 어디에도 방위철조망이 있듯이 여기에도 예의
그 철조망과 군 초소막사가 아름다운 풍광을 잠식해 버리고 있어
마음 한켠이 아프다...
배를 타고 보길도로 향하는데 특이한 것은 이곳 바닷가에는
갈메기가 없다는 것이다. 아마도 갈메기 먹이가 없어서 그러는것 같다.
양식업도 모두 미역이나 김이고 물고기 양식은 별로 없는것으로 봐서
이곳은 바닷고기가 귀한 곳이 아닌가 나름대로 생각해본다.
그러고 보니 식사를 하는데도 생선이 별로 눈에 띄지 않은것 같다....
약 1시간여 배를 타고 보길도 청별항에 당도하니 어제의 다산초당 마냥
또한번 마음이 울렁인다. 어부사시사의 고장, 고산의 체취가
물씬 물든 섬!!!! 그곳에 내가 왔다고 생각하니 괜스레 흥분이 된다.
먼저 고산이 손수 계획하여 만든 정원 세연정을 관광하였다.
그곳에서 어부사시사를 짓고 손수 연못에 배를띄어 노래로
불렀다고 하니 어부사시사는 그 당시의 가요라고 생각이 든다.
남들은 동양의 멋이 물씬 풍기는 조선의 대표적인 정원이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지만 내 눈에는 그져 정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그런 담담한 느낌을 져버릴수가 없다. 거기에 서있는 정자도
최근에 다시 지은거고 오직 고산의 손길이 미쳤다고 생각되는 것은
다산초당과 마찬가지로 바위만이 세월을 이기고 있었다.
그래도 그 당시에 이런 멋드러진 정원을 가꾸고 풍류를 즐겼기에
그 많은 고산의 작품들이 탄생하지 않았을까........
보길도는 어찌보면 고산을 빼놓고는 말할수 없을 정도로 고산유적지가
많은 곳이고 최근에도 계속 고산의 유적지를 새로 짓고 있는 곳이다.
그 대표되는 곳이 부용동에 가보면 고산의 어부사시사 40수를 재현한
공원이 있는데 주위경관을 손상시키지 않은채 잘 꾸며져 있어
산책하며 어부사시사를 감상할수 있는 그런 곳이다.
부용동에 가면 동천석실이 산중턱에 자리잡고 있는데 그곳까지 가는것도
여간 힘든게 아니다. 하지만 한걸음에 달려가 부용동을 내려다 보는
맛은 가히 선계가 따로 없을듯 하다. 고산은 부용동을 자기가 기거하는
곳으로 만들고 그곳에 낙선재를 지어 생활했으며 동천석실은 책을 읽고
차를 마시며 세상을 음미한 곳이라고 한다.
동천석실 아래 차를 다려 마셨다는 차바위에 앉아 잠시 부용동의
풍수를 들으니 하나같이 명당에 너무도 아름다운 곳이다.
동천석실을 오르는 오솔길은 동백과 상록림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어
맑은 공기를 한없이 마실수 있고 가파른 길이어서 평소 운동이 부족한
나에게나 마눌에게는 좋은 운동을 겸하는 효과까지 있었다...ㅎㅎㅎ
남은 시간은 보길도 관광을 하였다 . 말 그대로 순수관광이어서 특별한
것은 없었다. 통리해수욕장의 산호모래, 예송리 해변의 천연기념물
상록수림과 바둑알 만한 자갈밭 등은 다른 곳에선 보기드문 특별한
곳이었다. 여름철에는 이곳이 차량과 사람으로 미어터진다고 하는데
내 생각엔 여름에는 이곳에 올 생각을 말고 아예 다른 해수욕장으로
발을 돌리는 편이 훨씬 좋을듯 싶다.
길은 외줄기이고 배편도 그리 넉넉하지를 못하니 막힐수 밖에 없는 곳이다.
우스게 소리로 가이드 말을 빌면 보길도로 여름휴가를 온 가족이 있었는데
땅끝 입구에서 차가 밀려 아빠는 가족들을 먼저 버스로 보길도에 가라해놓고
곧 뒤따라 간다는게 휴가 다 끝날때 까지 그자리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가족과 다시만나 돌아왔다는 것이다...ㅋㅋㅋㅋ
갈길이 멀어 일찍 배를타고 나와 다시 나주까지 버스로 이동하고
다시 기차를 타고 서울에 와서는 지하철로 집까지 왔으니
비행기만 빼고 교통수단을 다 타본 하루다......
1박2일의 바쁜 여정이었지만 첫날의 남도답사의 참맛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 설레이고 둘째날의 고산의 보길도는 한번은 꼭 다녀와야 될
곳이었기에 이번 답사는 참으로 좋은 경험이 되었다.
이제 새로 맞는 한 주에도 더욱 열심히 살고 또다른 답사지를 향해
발길을 옮길까 한다......
출처 : 불혹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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